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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Nov 27. 2017

1. 이렇게 성장하기로 했다, #엄마도 한자 도전!

한국어문회 한자 4급 시험까지 도전을 끝낸 아들의 공부법


2017년 11월 25일, 한국어문회 79회 한자 시험 4급을 위해 자리에 착석한 아들, 수원고등학교.



3학년으로 진급을 앞두고 올초 한국어문회 76회 한자 시험 5급에 응시했던 아들. 2017년, 많았던 학교 행사와 하반기 과학 발표가 겹쳤던 시기였음에도 78회 한자 시험 <준 4급>, 79회 한자 시험 <4급>을 마쳤다. 그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가시려 들 때 <준 4급>의 합격증을 받고, 그 윗 단계인 4급으로 진행하던 과정을 계속 지켜볼 수 있었다.



아들이 사용했던, 사용하는, 5급에서 3급까지 한국어문회 주관 한자 교재.



아들은 방과후 수업을 맹신하고 그 외 한자 공부를 사실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 녀석을 보면 가끔 '희. 안. 하. 다'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곤 하나 아들이 한자 급수를 날로 먹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워낙 수업 자체에 집중을 잘 하는 아이이다 보니 그날 배운 것은 반드시 학교에서 숙지를 하고 오는 나름의 학습 방법을 택했던 거다. 아들에겐 이러한 방법이 한 단계 한 단계를 올라가며 한해의 4회 시험 중 3회를 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주었지 싶다. 시험 응시 일주일 전이면 진도를 빼는 것을 내려놓고 기출문제와 예상문제집으로 무조건 학습 전환을 바꾸는 데에도 효과가 있지 싶다. 후자는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방법이겠지.



2017년 11월 25일, 수원고등학교 준5급과 4급 시험장, 대부분이 중학생들로 성인들도 눈에 띄었다.




아들의 초등학교는 방과후 수업인 한자 교육과정에선 4급을 목표로 하는 모양이었다. 4급 이상의 반은 진행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 년 과정에서 후반기가 될수록 배우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한자반은 인원이 적어 추첨을 하지 않는다고. 또한 급수별로 다양하게 섞어지다 보니 소수로 나눠 수업을 반반 진행해주는 그런 반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4급 이상은 방과후에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들이 이번에 4급을 시험 다음 분기부턴 더 이상 강의를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고 한다. 역시 한자 학습이라는 것이 쓰고, 읽고, 많이 보고, 또 많이 써야 하는 강도 높은 학습이라 지겨운 공부 영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아들은 언어에 워낙 관심이 많은 터였고 한자를 다행히 좋아했다. 한자의 생성 원리와 그 개념을 가르쳐준 대로 잘 익혀서인지 일본어를 공부하며 한자를 익혀 잘 알고 있는 엄마에게도 아들은 선생이 되어 가르쳐주기도 한다.



4급 문제는 만만치 않은 정도의 수준이었다. 거의 모르는 한자가 대부분이었고, 매번 70점 근처에서 점수가 달리고 있었다.



나는 일본어를 공부하며 충분히 한자에 대해 면역력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격증과 한자의 공부가 필요 없는 나이라고 스스로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3급 한자책을 보며 뜨악한 적이 있었다. 뜻을 비롯하여 기본적인 한자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많았다. "네가 3급을 공부할 때쯤 엄마도 같이 시작하자."라고 말해두었다. 그게 이렇게 빨리 오게 될지는 몰랐지만, 이제는, 2018년은 아들과 함께 나도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들은 4급까지 시험을 봤으니 이젠 3급으로 진행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걸 어쩔고. 늘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것 같은 자괴감이 들 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엄마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3개월 만에 다시 치른 벅찬 4급 시험에서도 "떨어지면 또 어떠냐. 다음이 있으니 이번엔 70점이 안되더라도 받아들여라."이것이 아들에게 힘을 주는 말이라 생각하면서. 한자 자격증 <준 4급>의 합격이라는 성과를 이룬 것도 충분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어문회 시험이 다른 시험에 비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기에 이른 엄마, 어머님, 나.  



2017년 11월 25일, 79회 한자 4급 준비, 시험을 하루 이틀 앞두고는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답안지를 옆에 펼쳐놓고 비교 대조하면서 적고 체크하는 공부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11월 25일, 79회 한국어문회 4급 한자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아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5문제 정도만 모르고 대부분 채워 넣었다는 말이 신기할 정도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낙엽이 우수수 땅으로 날려 내려오는 형국이었다. 마냥 정답이 보이지 않았던 날들이었다. 3일 전부터 특훈으로 함께 공부를 한 덕분이었을까. 오답 한자를 위주로 다시 익히고 익히면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예를 들면, 권할 권(勸)과 근면할 근(勤)이 몹시 헛갈렸던 아들에게 "사람들이 권할 때 말을 많이 하잖냐. 그래서 입 구(口)가 두 개 있는 것을 권할 권으로 외워라."라고 했더니 "엄마의 그 설명 아주 좋네요."하며 "엄마와 남은 시간 동안 같이 공부를 해야겠어요."라고 하며 책상 위에 머리를 함께 기댔었다. 시험 전날은 답안지를 옆에 두고 하나하나 보면서 문제를 적는 것으로 집중력을 올려보았다.


[한자 시험 4급, 79회 한국어문회 주최, 2017년 11월 25일 시험 결과]


합격 발표날인가 보다. 어느새 한 달 전 일들이 추억으로 묻혔는데 문자로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생각보다 높은 85점으로. 시험 일주일을 남겨 놓고 70점 선을 넘거나, 심지어 넘지 못할 때도 많았는데 대단하다.라는 말이 입속에서 웅얼거리고 있다. 심지어 준 4급에서 얻은 84점보다 점수가 높다. 쓰기에서 많이 오답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른 영역에서 고루 점수를 획득한 것은 집중 훈련 덕분이었으려나!






<아들의 한자> 나미래


지금까지

엉덩이가 저리고 시큰시큰 아팠지

변기를 기대고 앉아 있는 날이 많았거든

김치도 다른 야채도

밥 양도 많아졌어

그래서 변기와의 시간이 줄어들었지


놀지! 자주 놀고 있지

바둑에 푹 빠져 있어 너란 아이

방과후 바둑교실까지 등록하는 열정

바둑판이 가로 세로 19개씩

엄마는 이제 알았네

아빠와 아들이 가르쳐준 그들의 규칙


강아지 한 마리 입양했지

토리를 대신할 아이

껴안고 얼굴 비벼

서로의 냄새로 가족을 확인하네


방학이라 주어진 자유

곧 한자 5급 시험을 앞두고 있지

그냥 서 있는 한자도 즐비한데

새로운 한자를 만들었네


변기 응

바둑판 바

개 멍


너의 웃음이 들려

너의 모습이 보여


[마당과 정원 사이] 아들의 한자 중에서, 나미래


2017년 1월, 아들이 만든 한자.




<한자 시험*> 나미래


만 2년이 되었어
6급에서 멈춰버린 2월
오늘은 한자 시험 보는 날
연필로 써?
볼펜으로 써?
연필로 괜찮았던 7급, 8급
6급부터 볼펜이었나?
그 기억도
하늘을 벌써 날고 있네
5급은 볼펜이라네

학교로 몰려드는 차량들
자리를 찾아 서성이는 그, 그, 그들
아이들은 작은 얼굴에
몇 백 자 한자 그림 그리고 있다

기출문제 속 오답의 종이 겹침들
그 정리가 엄마와 마지막 시험 정리

시험이 끝나는 자유 시간 잔치
아이들은 기다리는 차를 찾아서
차바퀴를 움직이게 한다

시험이 즐거운 아이들일까
그것이 궁금해.



*지난 2월, 5급 시험을 보며 기다리다 적어놓은 시.

https://brunch.co.kr/@mire0916/97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지금은 3급 시험을 위해 이틀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자의 중요성은 늘 강조하기도 하지요. 난이도가 있는 단계이지만, 올 11월 시험을 목표로 또 도전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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