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융합교육_영재학급 지원 및 합격
지리산(지리마운틴)은 아들의 별명이다. 학교 친구들이 아들의 별명을 지어주었다고 했다. 아들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말이 오는 날을 무척이나 손꼽아 기다린다. 아이다. 야속하게도 아직 동생을 맞이하지 못한 외동이지만 집에서 노는 것도 혼자서 잘한다. 보드에 아들의 손이 붙어 있으면 나도 딱히 잔소리를 하기 싫어진다. 혼자서도 잘 노는 진수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학교 생활을 잠시 엿보자면, 그곳에선 기분 나쁘게 깐족거리는 친구가 한 명 있나 보다. 툭툭 건드리고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로 차고, 말로 시비를 거는 친구에게 말로 지지 않는 자신의 강점을 내보이지만 '장난이었다. 내가 그러지 않았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그의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가령, 학교 주제, 외부 주제 상을 받으면 '내가 했으면 너보다 잘했다, 내가 너보다 잘 했는데 네가 무슨 상이야?'라든가 엉뚱한 수학 문제를 내놓고 1초 만에 풀어보라 하는 것은 다반사였다고 한다. 수학을 잘하는 아들에게 몇 초의 시간을 제시하고 문제를 내며 공격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나는 풀 수 있는데 너는 못 풀지.'로 놀리는 그 친구. 그럼 네가 한 번 풀어보라고 아들이 말을 하면 '네가 왜 명령이야?'이런 식이란다. 귀여운 아이들의 짓(?)으로 치부하기는 속이 부글거리게 해준다. 아들의 말만 듣고 보지 않은 상황을 100% 예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언어폭력 같은 성향의 말을 지켜보기가 애매하다. 그 친구 때문에 2학기 때, '학교에 가기 싫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내가 학교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더 큰일이 나면 알려주겠지라며 참아본다. 그래도 나는 이른 나이에 여러 친구를 알아가라는 하늘의 계시라 생각하라며 토닥토닥 아들을 위로했다.
초등 1학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한 번의 전학을 거친 후, 이곳의 학교가 훨씬 좋다고 말을 한 적이 많았다. '무엇이 더 좋니?'라고 물어보니 다른 무엇보다도 '머리를 쥐어박는 선생님이 없어 좋다.'라고 했다. 기억력이 좋아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러나 어디까지 어린 아들의 말을 믿어야 하나 하는 근심이 쌓이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들이 학교와 친구, 선생님을 참 좋아하고 따른다 생각했다. 그랬으니 그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네가 오죽하면 그러겠니. 장난도 심하고. 선생님한테 야단도 맞고 다 그런 거야'라며 달래기를 몇 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고, 3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다시 한번 바꿔주며 사연 많은 3학년을 갈무리하려 한다.
전학을 와선 학교 공부와 친구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학교 공부는 많이 편해하지만, 자신이 왜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공부 외 명확히 설명할 줄도 안다. 한 번은 이랬다.
"엄마, 공부는요. 스스로 많이 하잖아요. 근데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는 것 같아요. 억울할 때도 많고요.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예절과 규범 지키기, 학교 공부의 가장 중요한 게 그건 것 같아요."
"야! 지리마운틴, 잘 알고 있구나. 그래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단체 생활에서 얻는 규율과 배려, 협동, 책임감 등도 있어. 방금 네가 말한 그런 것들이지."
아들은 어느 순간 친구들 사이에서 말 많은 자신의 강점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무슨 말만 하면 잘난 척을 한다고 하니 잘난 척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친구들이 아이큐를 묻기도(웩슬러 지능 검사는 두 번 받았다. 만 4살 무렵의 웩슬러 유아 지능 검사와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코리아 웩슬러 아동 검사였다.) 한다고 했다. 높은 아이큐의 숫자가 특별함으로 대신해서는 안된다며 말을 하지 말라고 나는 당부 또 당부했는데 아이들 세계의 말까진 내 아들이어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더 몸으로 많이 움직이고 같이 어울리는 게임도 게을리하지 않고, 남자 친구들의 관심사도 여자 친구들과의 소통도 두루두루 잘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깐족거리고 질척거리는 한 친구가 자신을 좀 괴롭히지 말았으면 하는 말을 남기며 말이다.
오늘은 화요일. 지난 10월부터 준비한 수학과 과학의 융합, 영재교육기관의 영재학급 최종 합격자를 기다리는 날이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아들의 가운데 자(者)가 삭제된 합격자 명단의 이름을 보았다. 딱 봐도 아들의 이름이다. 내가 정보를 제공하고 조금 늦게 지원한 다른 학교 친구도 명단에 올라 있었다. 친구 따라갔다 누구 하나 떨어지면 기분이 조금 묘하겠다 싶었는데 케이지(KAGE학술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와 다른 학교 다양한 친구들과 영재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
작년엔 수원대학교 영재교육원 수학 부문에 지원을 했다 1차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아이가 영재 판별을 받았다고 해서 영재교육기관에 합격할 것이다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무엇보다 아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내가 많이 작성했던 자기소개서, 아이의 관찰 등에 관련된 글들이 원인이었을까. 아이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2차 심층면접도 가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이 아닌 공립 영재학급 지원이다 보니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의 정보가 먼저였다. 스펙을 위해서만은 지원하지 말자였는데, 학교에서 공문이 오고 학교가 적극적으로 모집을 하는 것에서 나의 생각을 바꿨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정보와 제출 자료들이 학교의 담당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첫 번째로 10월 초, 앱 지원 프로그램과 학교 종이 자료 공문을 통해 부모들에게 1차 알림이 있었다.
두 번째, 영재교육기관(경기도 화성오산시 내 관련 영재학급) 지원을 위해 반 담임교사의 관찰추천이 이루어졌다. 담임의 관찰 추천은 관련 기관을 지원한 아동을 수업 시간 내 관찰하고 그것을 기록하여 해당 학교에 추천서를 일괄 학교에서 보내는 방식이다. 아들은 담임이 관찰을 하고 있는 동안, 교내 자유탐구 발표 최우수상, 화성오산시지원교육청 사이버 창의과학 5단계 인증상 및 산출물 발표에서 최종 최우수상, 경기도 환경 한마당 골든벨 퀴즈 대회 1등을 수상했다. 때문에 보이지 않은 플러스 점수가 작용했으리라 믿는다.
세 번째, 자기소개서는 본인이 직접(저학년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작성을 했다. 다니는 학교에서 날짜를 정해 알림을 해주었고, 해당 아동에게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을 가르치고 쓰게 했다. 직접 자필이 들어간 자기소개서를 완벽하게 써보는 것이 일 차 관문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에 아들의 장점, 단점, 학습 관심, 장래희망에 대해 아이와 정리를 해보기도 했다.
네 번째, 추가 영재학급의 모집 공고를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아들의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교육청 지원으로 받는 이런 교육이 스펙에서 머무르지 말고 더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
다섯 번째, 부모들이 제출해야 할 서류(동의서, 아이의 생활 습관, 장점, 과제집착력, 과학 수학 관련 창의 학습 자료, 그 외 잘하는 영역과 영재성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렇게 모인 자료를 취합하는 것만도 두 달여가 걸렸다. 담임 선생님의 관찰 추천서와 학교장의 직인이 찍힌 서류, 학생의 자기소개서, 부모가 작성한 서류가 동봉되어 영재교육기관인 공립 영재학급 모집 해당 학교에 전달되는 순이다. 심층 면접일만을 남기고 말이다. 심층면접 날은 무척 추웠다. 볼펜을 들고 오라는 안내문에 의아했다. 면전에 대고 질의가 오가는 것이 아니었다. 심층으로 들어가는 수학 문제 4문제와 과학 사회 3문제였다는 사실을 나는 시험날이 되어서야 알았다. 이렇게 나도 하나하나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영재학급, 영재교육원의 교육 다 쓸모없다고 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라 한다면 나도 반대지만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욕구를 충족시켜줄, 도교육청, 학교 지원의 교육은 필요해 보인다. 다양한 학교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현재의 학급, 학년이 너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더 넓게 봐라며 난 썰을 푼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비해 그 파급력이 약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썩 불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사람의 생각도 다름으로 잘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스펙이라는 것을 아직 잘 모른다. 적어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사교육으로 쓰는 돈을 아껴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한 이유가 가장 크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에 돈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진정한 영재를 위한 교육이 아닌 영재교육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 어느 것이 옳다고 강하게 어필할만한 나의 논리도 아직 미약할 따름이다.
10월이 되어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내 영재교육기관 승인 현황 안내장을 받고 영재학급 지원을 서서히 준비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런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지 싶었다. 아들은 현 3학년이었던 관계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다. 3학년이면서 수학과 과학의 융합교육은 남양초등학교영재학급, 서신초등학교영재학급, 송산초등학교영재학급, 수영초등학교영재학급, 화성장안초등학교영재학급 등 총 5개 학교뿐이었다. 공립학교 기관 외 여러 대학기관의 영재교육원을 지원해 볼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 오는 공문에 집중했다. 우선, 모든 아이들에게 열려 있는 모집 현황에 더 관심이 갔으며,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눈에 띄게 달랐다는 점이다. 관찰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도 어렵게 준비하지 않고 학교와 학교에서 전달되는 연락으로 부모는 따로 선생님을 찾아가 심하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도 된 최고의 장점이 되어 주었다.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 아이는 서류를 준비했고, 심층면접이라는 이름에 수학과 과학 시험을 치렀으며 부모도 자료를 작성하는데 역할을 보탤 수 있었다. 4학년에 진학하면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관계 기관을 만날 수 있지 싶다.
수영초 영재학급 심층 면접 문항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