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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an 06. 2018

さよなら 사요나라! 2017,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시시詩詩한 2017을 보냈던 것은 또 다른 기다림이 있기에 힘이 난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글쎄 해돋이를 다녀오고 나서야 브런치에도 2017년을 결산해야겠다고. 뒤늦은 열정이 넘쳐흘렀다. 지난 일 년은 소소한 일상이 더욱 빛나게 했던 그런 해가 아니었나 싶다. 무엇가를 하나 내려놓으니 그 자리에 밝고 맑음의 물이 고이듯  흐르고 다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게 된 한 해였다. 벌써 예비 4학년을 맞이한 아들에게 기회를 주되 아들의 일상에 하나하나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했(일방적 내 생각), 매 계절마다 여전히 마음이 즐거워지는 여행은 지치지 않았으며, 남편에게로 향한 잔소리는 그럭저럭 큰소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20대의 파란만장한 열정과 몸 하나만을 들고 일본 유학을 떠났던 1994년, 그해에 태어난 조카의 멋진 성장을 우리 집에서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올 한 해는 나에게도 우리 가족 일원에게도 노력의 댓가가 전해준 소소한 의미를 알게 한 해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은 일들과 여행에서 남긴 시를 엮어 'さよなら2017'을 그려보야겠다.


첫 시집 발간 / 여행 / 토크 무대 / 대안학교 한국어 강의



1. 첫 시집 발간



지지난해는 필명 '나미래'로 시인과 수필 등단을 같이 했던 해였다. 조용히 묶어두었던 시를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편집과 오탈자 수정을 거쳐(나는 출판 관련 전문직에 종사해보지 않았지만, 편집 관련 책임자를 맡는 등 여러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다.) 부크크에서 독립출판을 했던 것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다. 첫 번째 출판 책은 작가가 가장 구입을 많이 한다는 말이 있다. 당연한 것이겠지. 드리고 싶은 지인들이 많았으니.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싸인 글귀를 잊지 못할 것 같다.

 


Namire`s Collection of poems                  


2017.08.02




<시에게 바람이 있어, 나미래>

 

무겁지 않은 시

가볍지 않은 시

나를 보이는 시

그렇다고 보이는 것도 아닌 시

한 문장이 내게 오는 날의 시

문장을 다듬다 언어가 되는 날의 시

논리가 뚫어지는 시

힐링을 하는 시

부부싸움을 하면 읽어지는 시

다음 시가 궁금해지는 시

주인공이 함께 되어주는 시

홍보해주고 싶은 시

홍보하지 않아도 조용한 시

아이의 성장이 보이는 시

엄마가 엄마가 되는 시

애정이 있는 시

애정을 숨길 수도 있는 시

따뜻한 시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시

언어를 꼬아 도망가지 않는 시

동시는 아니지만 아이도 읽을 수 있는 시

연시(戀詩)가 되어도 좋은 시

그러다 다시 빠져나오는 시

별들을 끄고 잠이 들 때 생각나는 시

지혜로운 언어들이 잔치를 하는 시

아들이 읽고 웃어주는 시

언어를 꺼내는 힘이 있는 시

읽다가 잠이 와주는 시

이런 바람들이 이루어지는 시





2. 여행



여전히 일상이 정신없는 아줌마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많이 설레고 심쿵 하기까지 한다. 2017년은 조금 바뀐 여행 스타일을 계속 고수했다. 시를 쓰면서 여행하는. 그래서 <시시詩詩한 여행 이야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아들이 한 명이니까 그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지?'라고 한 마디를 해 준 사람들에 나 또한 할 말이 많다는 사실. '우리 집 아이는 외동이지만, 서너 명을 키우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아. 아직 서너 명을 키우지 못해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아들을 동반해야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조건이 내게 붙여진 필수 요건이다. 절대 혼자서 갈 수 없는 여행인 것이다. 너무나도 호기심이 많은 아들 덕택에 차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수다 삼매경에 빠진 이의 상대를 해줘야 하니 정신적인 피로가 즐거움보다 클 때가 많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혼자만의 정신세계에 빠져든 아들의 과한 모습에 짜증 일색으로 말싸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행은 즐겁다. 무조건 즐겁다.


<1월> 지리산 바래봉과 남원, <2월> 제주도 봄꽃 가족 여행, <3월> 일본 오사카 &교토 여행, <4월> 춘천 여행, <5월> 제주도 뚜벅이 버스 여행, <6월> 아버지 칠순 잔치 고향 여행, <7월> 제주도 서쪽 오름 여행, <9월> 지리산 연곡사 여행, <10월> 경주 여행, <11월> 지리산 연곡사 템플스테이, <12월> 친정 김장 여행


 

Namwon


2017. 1. 17


지리산 바래봉과 남원 여행은 아들과 내게 자잘한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친정 엄마 허리 수술 후 간호를 하고 집안을 벗어나지 못한 일상에 귀한 겨울 바람을 선물해 준 곳이다. 하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바래봉은 아들에게 신나는 놀이를, 남원에서는 감상에 젖을 만한 겨울의 풍광을 나눠주었다.




<그림자, 나미래>


땅거미 내려앉지 마라

광한루에 몸을 올리니

물결 그림자 바람이 인다


켜켜이 바투 세운

대나무의 푸른 키 자랑은

만면에 웃음 넘실대고


솔솔 살살

귀 곁을 간질이는 바람에도

숨소리가 애처로운

광한루 오작교는

긴 심지 박고 자지러지지 않는다


가지 뻗어 올린 하늘은

물길에 스며들어

기어 나오는 너울거림을 막아내니


말라비틀어진 나무 이파리

가지만이 투명하게 빛을 올려

검은 수묵 얼룩으로 그림자 영근다


이울지는 저 햇볕도

돌아가기 아쉬운 살얼음 속에

손을 뻗어 만남을 주선하고

찬바람에 휘감긴 수채화 그림자를 안는다




Jeju_Seoungsan


2017. 2. 16 - 2. 18


제주도는 늘 동경의 대상 지역이다. 올해는 친정 집에서 가까운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 날이 많았다. 첫 번째 발을 디딘 제주의 2월은 유채꽃과 매화였다. 겨울이 숨 막히게 길었던 답답함에서 그 숨통을 시원하게 뚫게 해 준 가족 여행이었다.

 

Japan kyoto

2017. 3. 29-4.1


친정 큰 자매님의 모녀 둘과, 우리 모자 2명이 떠났던 일본 오사카, 교토 여행. 따스한 봄날에 만나는 벚꽃 꽃잎 하나 하나가 남달랐던 일본 여행이었지. 큰언니는 처음 해외 여행을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며 함께 기뻐해주었다. 앞으로도 즐거운 날들이 더 많을 자매님들의 앞날을 응원해야겠다.



Jeju_Seopjikoji


2017. 5. 5 - 5. 6(1박 2일 여행)


두 번째 제주도 방문에서는 뚜벅이가 되어 버스를 타고 여행을 했다. 하루에 한 곳을 목표로 했더니 1박 2일 여행이어도 전혀 짧다고 생각 들지 않았다. 아들과 많이 걸으며 제주의 향을 맛보게 된 화려한 최고의 봄 여행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부자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섭지코지'가 첫 번째 즐거움의 장소가 되어주었다.




<섭지코지 5월, 나미래>


해풍에 젖은 야생화

뭇사람들 손짓에

고개를 흔든다




Jeju_Kumoreum


2017. 7. 6 - 7. 7


금오름, 금악오름이라고도 불리는 곳. 이곳은 초록과 마른 억새의 황금빛이 어우러져 굼부리를 뒤덮고 있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효리 뮤직 앨범 오름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우리 모자가 특별한 풍경의 오름에 올랐다는 사실에 즐거움은 감출 수 없었지




<금오름, 나미래>


제주도를 닮고

한라산을 품은

금오름 굼부리


썰물의 바닷가처럼

휑뎅그렁한 바람이

우묵한 곳에서 너울을 탄다


오름의 안개를 품은 구름

물길 닿는 금악담을 그려 넣겠지


다람쥐와 눈 맞추고

야생화 향기를 품어

여름을 담아낸 산책로


평상에서 하늘을 보고

팔을 벌러 바람을 먹어보자

금오름을 짝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Jirisan 연곡사_Templestay


2017. 10.7-10.8


지리산 연곡사와 주지 스님과 인연이 되었던 9월, 아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로 연곡사에서 하루를 묶었다. 울력을 하고 계셨던 의산 스님. 이야기를 참 많이 들어주셨던 분들을 알게 된 것도 아들에게는 뜻깊은 시간이었겠지.




<절집에서, 나미래>


검정고무신 신어야 하나

한 점 움직임

그런데 신고 싶다


연곡 절방 툇마루 계단에

키높이 신발 잠시 잠을 재우네


산사의

밤공기를 뼛속까지

넣어 보고 싶다고


나는 이렇게

검정고무신의

유년 시절을 날게 했다


연휴의 끝자락에

절집의 문턱이 낮아졌다.





Gyeongju


2017. 10. 28 SRT 동탄역에서 시작된 여행.


경주의 거리는 이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SRT로 즐기는 여행의 새로운 맛을 알고 오게 된 것 같다. 아침 일찍 출발해 늦은 저녁까지. 날은 피곤해 먼 산에 해가 기울어갔지만, 나는 차를 운전하지 않았던 덕분으로 즐거움이 배가 되었던 시간이었다.




<첨성대와 분홍 억새, 나미래>


흔들리다 멈췄어

불꽃이 든 돗자리 위 나

흙모래는 벽돌을 타고 올라

구멍 난 선들에 자빠지며

내게서 내려갔다네

오래된 숨결은 적막이 탐을 내고

돌 나무는 무연히 풀 소리를 씹어냈지

밤을 들여다보고

별의 열꽃을 받아냈던 그릇에

검은 살만 자꾸 팽팽해져만 갔던 거야

연원이 되어가는 나의 몸을 두고

너른 잔디밭과 꽃가지들이

가을의 외로움을 노래해도

사진들은

관심들은

분홍 솜사탕 너에게만 찾아가네

내 마음을 들켰다

여럿이 군락이 되어 빛나는

낯선 이름 핑크 뮬리는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 좋단다

몽환의 거리는

인생샷이 되었다가

인증샷이 되었다가

주의샷이 되기도 하더라

나의 시선이 부담스럽겠지

분홍 억새는 다른 이들의

관심의 피로를 즐겼을 거야

그랬겠지! 나를 피해

바람에 불려 다니는 씨방을 붙들고

이 가을이 반가웠었다며 이야기하겠지




Jeju_새별오름


2017. 11. 11 - 11. 14 (3박 4일)


올해의 여행은 제주도 여행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만 타고 다니며 하늘에서 할머니 집을 내려다볼 수 없었다고 말한 아들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보는 정성을 보였다. 역시 새별오름은 내가 좋아하는 억새밭이다. 억새의 성지답게 가을을 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가을 억새꽃 새별오름, 나미래>


여러 갈래 가르마에 선을 긋고

가을이 봄처럼 아파왔다

갈 수 있는 길은 한 곳이라고

바람이 등을 밀어 올라간 이들의

화산재가 하늘에 먼저 닿도록

억새를 어떻게 데리고 가는지

얼굴 가린 사람들은 고민을 한다지

3월 대보름달 앞에서 선보일

들풀이 별이 될 그날을 빼앗으려고

손금 자국이 되어 엉킨 억새 뿌리는

미래의 운명을 붙잡고

뿌리를 키운 사랑의 마음이 굳었지

흔들거릴 불빛을 따라

눈꽃을 날릴 시간을 기다린다네

샛길로 빠져나가려는

아들의 호기심을 막아내는

엄마의 잔소리

빈 이삭 몸뚱이 억새에겐

가을 안은 웃음소리 정겹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태양은 외로움을 눕히고

바람 이랑 속에 점들을 데려와

가을 눈꽃 속에 수를 놓았네

집으로 씨방을 옮겨 놓고

안심하는 늦가을 새별오름




3. 무대


Talk show


2017. 9. 30


노작홍사용문학관 문화제에서 마련해 주신 회원 간 출판물 기념 토크쇼에 올랐다. 작가님의 응원과 도움으로 이렇게 귀한 자리를 함께 앉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함을 전하는 바다. 독립출판으로 부족하고도 부족한 시집을 내놓았는데도 '그 안의 내용물의 가치의 유무를 떠나 출판물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다!'라고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다. 더욱 시향 가득한 문장을 만들고 글을 쓰는데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보게 된다.


Korean Language


2017. 3 - 2017. 12: 대안학교 한국어 강의

2016. 6 -2017. 12: 행복한 학교, 한국어 강의 재능 기부 봉사


올 한 해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 있다면, 대안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곳에서의 인연이다. 작년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외국인 직장인들을 위해 한국어 봉사를 계속 해온 점을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함께 사는 환경이 다른 외국인들의 일상에 어려움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개인의 노력의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학습의 과정이긴 하지만. 열심히 하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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