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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an 12. 2018

구좌읍 종달리 가보면 즐거운 곳

제주 동쪽 종달리 해변과 소심한 책방을 탐색하기


2017년 11월 8일 ~11월 11일/ 3박 4일, 제주도 여행


둘째 날의 여행지가 되어준

제주도 동쪽 구좌읍 종달리 해변과

소심한 책방의 뒤늦은 게으른 탐방 정리.


2018년 1월 현재, 제주도는 깊은 폭설로 제주공항 폐쇄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눈으로 발이 묶인 사람들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선하다. 그리고 힘들어할 여행객들. 지난 11월에 다녀온 제주도는 정말 가을 가을다운 모습을 뽐내기 바빴는데 자연의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제주도 서쪽 일정을 위해

동쪽 해안선을 달리던 중,

아늑하고, 고즈넉한

푸른 바다에

우리의 즐거운 시작을 알리고 싶었다.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는 종달리 해변으로!


새들의 발자국을 보니

이들은 먼저 모래의 부드러움을 만끽한 듯했다.


종달리 해변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고운 입자 모래의 환영에

뜀박질로 잔잔하고 얕은 바다의 풍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밀물을 맞이하고 있었던 터라

너른 해변의 모습을 눈에 담지는 못했다.

단단한 황금빛 해변이

그래도 넉넉하게 자유를 주었기에!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현무암 바윗덩이 위에는

푸른 파래가 벌써 집터를 마련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고둥들이 생의 터를

일구고 있었는지 아들은

그들을 잡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한창 갯사내아이가 되기도 하였다.

펜션을 이용했더라면

이곳에서 주워 담았던

고둥이 짭짤하고 근사한

맥주 안주가 되어 주었을 터!

아쉬움을 털고 다시

바다로 보내줘야 했지만.




거대한 바위의 길을 따라

바닷물이 서로 달려오는 경쟁을 벌이더라

발을 들어 얼른 피해 주었던 곳.

시원한 가을 갯바람이

기분 좋게 만든 아침을 만들어 주었다.


썰물이 되면 마을 주민들의

조개잡이를 볼 수도 있다는

작은 어촌 마을.


종달리 해변은

무척이나 아담해서

외롭도록 조용하기도 해서

홀로 여행을 하며 사색하기에도

좋았을 곳.




어디로 가는 길인가?

골목길이다.

제주도다.

현무암 돌담길.

동쪽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이렇게 낮게 돌담이 드리운 곳.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소심한 책방'이었다.


"이모가 가보면 참

좋아할 곳이에요."


라고

조카가 추천한 곳이었다.  

조용하고 소담스러운

마을 안에 민가가 서점이 되어 있었다.

이 풍경 자체만으로도

감상에 젖어서 눈이 즐거운 날이었다.  





책장 갑판 대야 어느 서점에서나

비슷한 형태의 디자인이지만,

이곳에서의 책 구성은

제주도에만 얻을 수 있는

제주 주제 여행서와 시집,

엽서, 그림책들이 다양했다.




아들은 그중에서도

두꺼운 역사서를 하나 골라

탐색을 시작했다.

제주 역사 관련 물이었나? 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를

이곳에서도 만나다니.

여러 장르와

여러 번역본으로 출판이 된

빨간 머리 앤.


원래 원서 제목은

'Anne of Green Gables'

'녹색 지붕(박공 집)의 앤'이지만

일본 번역서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번역본도  

赤毛の アン(빨강 머리 앤)이 되었다고 한다.

역시 판매를 위해 강렬한 제목을 이끌어 낸

일본인의 판매 전략이 성공한 것이겠지.

음. 나도 후자의 제목이 좋다.







'소심한 책방'이라고

간판 하나도 소심하게

걸려 있었다.


들어가기가 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빼꼼히 들어가

책들과 엽서를 사며 판매량에

일조를 해 봤다.




장소가 협소하기에

오래 책을 읽고 앉아 있을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참 인상 깊었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차를 준비해 두는 모습도 보였으나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벌써 동이 난 상태였다.


손으로 직접 쓴

여러 안내문이

정감 있게 느껴졌다.

이 좁은 곳에도

벌써 유명세를 타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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