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人이야기_거금도 고향 바다에서 갯냄새 옮겨오다
된바람 칼자루 군무를 휘두르는 겨울바다의 넉넉한 속살은 어미의 장터,
유독 잿빛 진해지는 갯벌 위에 엄마는 몸을 던져 일감을 문다
바닷물이 날아가는 시린 손 부여잡고 함지 바구니를 끌고 갈지자 그려내며,
구름도 더딘 바람에 어미의 그림자는 마음만은 지치지 않는다
서슬 푸른 청춘부터 이끌었던 어른 바다는 가난의 저울질을 서슴지 않고,
자식은 식량의 보고인 시린 바다를 줄곧 멀리하려 안간힘을 써댄다
날렵하게 거세지는 바람 속 바다는 파도 이랑에 가족을 일감 위에 올려다 놓고,
아비의 김발 양식장 바닷길 뱃고동 소리는 친하고 싶지 않은 겨울 소식이 온다
물결의 이랑 길 따라나서지 않으려 숨죽이는 아이들의 속내를 끌어안고,
파도의 헛기침은 거친 노동의 삼박자 울림을 준다
비가 오는 날이면 겨울바다는 휴식을 취하고,
파도에 길을 잃지 않게 바다의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바닷길을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짬을 데려오니,
부모는 짙어지는 빗소리가 날아들면 잦은 시름 얼굴에 비쳐낸다
잔일 행군의 진행형을 멈춰 세우는 거친 부드러움을 바다는 알고 있는 듯,
바람 속 먹구름 한 장은 비속에 가려지고 내 얼굴의 웃음을 숨기지 못한다
서정문학, 시등단 신인상
발표 지면, 『서정문학 』9 ·10월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