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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21. 2018

10. 이렇게 성장하기로 했다.#토론하자!

아들의 성장, 토론할 친구를 찾아서


  3월의 학기가 시작되어 아이의 학교로 출입하는 일이 잦아졌다. 반 회장이 된 아들의 권력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힘(?)이 된 듯 아들의 학급 반대표와 녹색 학부모회 반대표를 자연스레 맡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엄마가 많은 이 지역 특성상 필자 같은 반 백수의 엄마는 학교가 내어놓은 여러 행사(모든 학부모가 의무로 하는 녹색 봉사활동, 하교 시 학교 주변을 도는 스쿨폴리스, 독서 리딩과 도서관 봉사를 맡는 도서 명예교사, 과학 명예교사 등등)에 몸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학교 봉사에 참여하게 된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단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요 근래 김영란법이 부드러운 물살을 타고 있어 학부모 임원이나 위원이 되어도 회비를 갹출하는 일이 없다. 3년 동안 필자의 경험에서 보자면 시간이 허락하는 수순에서 부담 없이 학교가 원하는 임원이나 봉사원으로 참여할 만하다.


  학기가 시작된 3월은 안내장을 듬뿍 받는 일 이외 학교 행사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당장 4월부터는 현장체험학습과 공개수업, 과학의 달로 인하여 학생들과 관련 봉사 학부모가 바빠질 예정이다. 여러 행사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행사가 하나 있었다. '과학의 달'을 맞는 4월은 고학년에 해당되는 4학년부터 행사 참여 기회가 많아지는데, 전교생이 참여하는 과학의 날 행사에 앞서 융합과학과 탐구토론 부문 대회가 개최된다는 것이었다. 갓 4학년을 맞이한 아들은 벌써 흥분을 하고 있는 듯했다. ‘탐구토론 부문 대회를 나가고 싶다고!’ 그렇지만 2인 1조라는 말에 ‘나가고 싶어도 바로 나갈 수 없구나!’가 아들의 첫마디였다.


  대회 당일에 토론 주제의 문제가 제시된다는 탐구토론 대회. 거기에 나가고 싶다는 아들은 평소에 과학과 수학 도서를 무척이나 탐닉하며 즐겁게 읽는 아이다. 최고의 자리를 탐내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들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 출전하는 고학년인 형들이나 누나들과도 경험 삼아 겨루어 보고 싶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들과 엄마인 필자의 흥분을 충분히 유도할 만했으니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묘한 미소를 짓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을 하면서도 사소한 걱정을 늘어놓는 필자였다. 그런데 아들의 아빠 생각은 달랐다. ‘그거 어려울 거 뭐가 있어. 4학년이 포함된다는 것은 그 학년도 충분히 논리적으로 여러 방안을 들어 풀어 갈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될 거야.’라며 참여를 독려한다. 결국 과학이라는 것은 학년을 거듭할수록 심화되어가는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강조하며 참여 희망의 쐬기를 강하게 박아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생각지도 않게 희망을 주는 아빠의 몇 마디에 필자도 감동을 먹는다.


  어제는 함께 참여할 친구를 찾기 위해 하루의 시간을 안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설득해보기로 했었다. 고학년 임원들이 모이는 회의 자리에서 지금까지 알게 된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자신이 없다’라든가 ‘시간이 없다.’라는 이유로 전부 거절을 당한 모양이었다. 결국 필자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알고 지내는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이 친구가 거절했을 때 다음 친구를 설득해 보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학교생활 이외 가장 많이 만났던 아들의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해서 사정을 털어놓았더니, ‘좋은 경험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아들의 친구를 잘 설득한 듯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불편한 과정으로 인해 못하게 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마음이기도 하다. 토론의 힘까지 도와줄 수 있는 역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과정을 실천하기까지 타오르는 그 기운이 꺾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앞으로 커가면서는 팀이 될 친구들을 스스로 알아가겠지. 다른 무엇보다 함께 해준다는 친구가 있어주어 참으로 고마운 날이었다.

(2018.3.21)


 


2018.3.21, 지나가는 겨울의 마지막 눈이 되어주려나. 눈이 당황한 듯하면서도 미끄러지는 몸을 아쉬워 하는 것 같다. 눈송이를 보며 적는 글 손이 여유롭다.

나미래의 詩詩한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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