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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y 04. 2018

11. 이렇게 성장하기로 했다. #비행기 날다

나미래의 시시詩한 제주도 여행, 아들의 꿈



집에선 비행기 프라모델에 빠진 아들, ⓒ나미래


집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움직임에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는 한 남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엄마가 정해놓은 자신의 직업에 반기를 들고 싶어 했다. 어느 날, '항공우주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엄마에게 드디어 말을 꺼낸다. 아이의 엄마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녀 또한 '좋지 않겠느냐'로 아들의 꿈을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1월, 엑셀 작업으로 항공사의 기종과 가격을 정리하는 아들, ⓒ나미래.



그 아이는 속도와 소리에 관련된 항공 지식을 조금씩 탐닉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조사

하고 분류하며 공항의 구조를 익히는 것이었다. 점점 항공 우주 관련 전공 책들을 살펴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조종사(파일럿)에 조금씩 매료되기 시작한 것이 몇 달 전이다.

 

아이의 엄마는 온통 비행기 운항 이야기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아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이는 게임 대신 비행기 관련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정해두고 엄마에게 요청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일럿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모두 살핀 다음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했으므로.


학습 능력은 기본이요, 영어 실력, 체력 단련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곳으로 다가가 보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보이는 그녀의 아들이 초등 4학년처럼 보이지 않았다. 항공 영어를 마스터하고 싶다는 것으로 영어 공부에 더 매진을 해야겠단다. 각종 도서를 구입하는 사이에 항공 영어 책을 반드시 넣고 만다. 얼마 전에 방송에서 소개된 '영재 발굴단 비행기 영재'편의 중학교 형의 모습도 영향이 컸다는 것을 고백하며.



2018년 4월, 제주공항 도화마을 샛길에서 비행기 레지 넘버를 기록하며, ⓒ나미래.




비행기의 기종에 따른 레지 넘버를 알고 싶다는 아이는 여행지에서도 비행기만 보면 망부석이 되었다. 그녀와 그녀 아이의 이번 제주도 여행이 그랬다. 뱃길로 제주도를 입도했던 그들 모자는 렌터카를 빌리기도 전에 제주도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보는 것과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 가는 것은 아이에게 있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대한항공 화물 청사 주변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보며 흥분하는 아이의 얼굴은 보름달이 뜬 것처럼 그렇게 환해 보일 수 없었다.



 

2018년 4월, 제주공항 주변, ⓒ나미래.



인터넷 검색으로 제주공항 비행기가 잘 보인다는 샛길을 결국 찾아내고야 만다. 사실 너무 복잡했던 공항 주변의 도로 사정으로 자칫 여러 차들과 뒤엉킬 뻔한 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올라서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화산석 돌무덤에 올랐다. 30분, 한 시간, 두 시간, 아이가 비행기에 몰두하는 시간은 점점 산의 정상을 향하는 것처럼. 그녀도 그런 아들의 집중이 싫지 않았다. 바람이 부니 옷을 더 두텁게 입히고, 실시간 비행기 레이더를 함께 살피며 기록해야 하는 인터넷 제공을 하며 말이다.


여행의 3일은 공항에서, 그리고 하루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비행기의 영혼들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탐색한 비행기 기록 메모장을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완벽한 여행이었을 것을.


이젠 3주에 한 번 정도 인천공항으로 향하자 한다.

흠. 인천공항이 너무 가까워지겠다.


 

2018년 4월, 제주공항의 바람이 메모를 방해한다, ⓒ나미래.



2018년 4월, 세계 각 항공사에서 제공한 비행기 프라모델을 보고, ⓒ나미래.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나미래.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나미래.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나미래.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나미래.



<아들의 꿈, 나미래>



숫자가 가득한 메모장

설명이 끼어들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들의 취미생활


그 생활은

꿈으로 진화되네

파일럿이 되겠다고

엄마 태워보겠다고


아들의 비행에

엄마를 태운다네

배려의 언어가 들렸어

순수한 언어

아들의 꿈


말만으로도 고맙네


비행기 날다는

딸들의 전유물이었던가


아니라네

아들의 문장에

웃음꽃 피게 할 거야




시시詩詩한 여행 이야기, 시인 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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