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이야기, 연곡사-천은사 길-성삼재 휴게소-노고단
<노고단 가는 길, 나미래>
제주도 천백고지와 닮았어
어른들이 좋아하는 높은 숫자
지리산 골짜기마다 숨은 잔설 풍경
성삼재 휴게소로 흘려보냈네
날 선 신경으로 너울 탄 노고단로
속도 조절 오른발 걸치고 내리며
깊은 고개의 선들 비틀어 보니
남겨둔 겨울 소리 머리 위에 오르더라
엉겨 붙은 눈의 골목 수로 위로
버들강아지 내려와 하얀 솜 날리네
골짜기 물소리 정겨워 몸을 맡기고
이젠 마음 훔쳐갈 봄의 소리 들을 테지
조심스레 빚어내는 움직임 조각
돌길의 둔중함에 입을 다문다
몸살을 하며 봄물로 풀어내는
노고단의 깊었던 침묵이 반갑다
노고단 가는 길, 2018.3.30.
아침부터 연곡사 절 마당 뜰을
열심히 뛰어다녔던 아들이었다.
지칠 법도 하겠지.
의외로 힘들어하지 않는 나보다
다리가 아프다며 곧잘 쉬어가는
아들을 놀리기도 했다.
이제나 저제나 다 왔나 하고
올라다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먼 곳뿐이었다.
이곳은 노고단 정상에 드디어 가까워지고 있는
노고단 마지막 고개.
7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노고단 탐방로를
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노고단이다.
구상나무를 이곳에서 만나는구나 하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무등산 꼭대기의
고지대에서 볼 수 있다.
멀리 섬진강이 보였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았다.
바람으로 흔들린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진만 찍고 서둘러 하산했다.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들의 별명인 지리산에
이렇게 힘찬 발걸음을
옮긴 것도 기쁨의 여러 조각을 남겼다네.
<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