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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Oct 07. 2018

9월과 11월 사이 '구절초'를 만났다

나미래의 詩詩한 정원 이야기, 보라와 분홍빛 나는 구절초 뜰







<구절초, 나미래>


내 얼굴이

밖으로 향했던 건

발길에 가을향 올리고파


내 가지 부러짐도

다시 생의 힘으로

잠시 이곳에 머문다며!


거친 말 부딪치는

주인님의 얼굴 매듭에

내 향기 흘려주려


아홉 번째

마디 위로

가을을 붙이고 오리고


(2018.10.5.)





 
얼마 전, TV프로그램 알쓸신잡3,
 유시민 선생님께서

이탈리아 피렌체 인노첸티 고아원에서

울컥했던 일화를 소개했었죠.

'가족이란 만들어가는 관계'라는 말.


가족 중의 혈연.
그 혈연의 누구와
엮어진 새로운 가족 관계도

좋은 관계를 위해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 가족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요즘에 들었던 불편한 마음이
한문장으로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할까요.


'구절초'가 뜰안에 가을 향기를

가득 흘려놓고 있습니다.

그 향기가

그녀의 검은 향 멀리하라 하네요.


구절초는 9월에서 11월에 피는

대표적인 가을 야생화이지요.

9번째 마디를 만들고 나서

꽃을 피운다고 하네요.


그리고 음력 9월 9일 이후 채취를 하면

약초로도 그 효능이 탁월한 시기라 합니다.  

하나하나 나열하지는 않겠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약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만병통치약'으로 명명하겠습니다.

차로 다려서 마신다고 하는데

저는 관상용이 주목적인지라

올해도 보라색의 꽃을

더욱 오래 감상할 예정입니다.





구절초는

 보라색, 분홍색, 흰색으로

피는 홀겹의 꽃입니다.

보통 산야에서 보면 흰색 구절초를

더 많이 접할 수도 있는데

개량된 품목을 사서인지

분홍에서 보라색 사이인

구절초를 저는 제 집에서 만나게 됐네요.


분홍색으로 피었다 점차 흰색이 되는 녀석.

그리고 보랏빛에서 엷은 분홍으로

변해가는 녀석들로 다양하다고 하지요.


우리 집의 뜰에서는

보라색으로 피어 분홍으로 연해지다

꽃술 주변에서 하얀색으로 변하고

꽃의 생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울타리 주변에

모래가 흘러내리지 말라고 심어둔

구절초가 자리를 잘 잡아 주었습니다.


무거운 꽃과 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지 못하고

얼굴을 내리기도 하지요.

흘러내리는 가지의 라인이 일품입니다.

 




단지의 도로로  

꽃이 얼굴을 계속 내밀고 있네요.

이웃들이 지나다니며

예쁘다 예쁘다

칭찬을 많이 해준 것을

녀석들도 들어서

알고 있나 봅니다.


참 사랑스럽네요.





내년에는  더 단정하게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새싹이 나는 이른

봄부터 관리를 잘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향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릅니다.

옆에 서 있으면 몸이

좋아지는 것만 같은

상상에 기분이 좋습니다.


눈이 즐거운 가을의 만남.

이런 것이 바로

소확행(소소하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도 싶네요.





뒤뜰에도 이렇게 왕성하게

구절초가 필 줄 꿈에도 몰랐는데요.


푸르른 새싹이 마냥 예뻤던 봄.

여름 더위에 지칠 법도 했는데

태풍에 비바람에

무럽게 내려앉은 가지들이

보기 싫지 않게

서로서로 정원을 꾸며주고 있어요.




짧은 시 하나 생각나 메모를 했더니

영상을 만들며 연습하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빗소리 들으며 감상하시기를.



<보라! 구절초, 나미래>

 

어제의 기억이

오늘의 비를 타고

내일의 가을 매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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