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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04. 2018

강구항에서 '대게'를 만나다

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영덕 대게거리에 가다! 정말 대게만 있었다!


<영덕대게! 대게를 먹다>



    
  두 가족의 강원권 즉흥 여행은 어쩜 영덕 지역의 강구항을 가기 위한 공기 전환용 환승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대게가 제철이랍니다. 형님!”이라고 했던 아들 친구 아빠의 한마디에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대게는 11월부터 물이 오르기 시작하여 이듬해 5월까지 영덕 지역에서는 제철을 맞는다 한다. ‘현지에서 한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가 시작이었지만, 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가족과의 여행을 통해 지역 상품을 맛보며 송년회를 겸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더 큰 의미가 있지 싶었다. 검색을 통해서도 정확한 시세가 잘 파악이 되질 않으니, 고민은 다시 현지에 도착해 시작하면 되는 거였다.




  

  영덕의 강구항은 그 지역에서 제일 큰 항구란다. 항구 주변에는 대게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대게 아니면 먹을 게 없을 정도의 화려한 간판이 즐비했다. 정말로 그랬다. 대게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였다.

 

  현지에 가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지만 그곳에서 대게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였다. 대게 전문 가게에 들어가 한상 정식 차림으로 인당 계산하여 먹는 방법. 그리고 주변의 수산물 가게나 좌판에서 대게를 구입해 자릿세만 내고 먹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전자에 비해 경비 절감 면에서 매력이 있는 방법이다. 단, 대게만 먹다 부족할 수 있고 탕 아니면 대게 밥 정도다 보니 차림이 화려하진 않다.



강구항의 아침은 작은 배들이 내려놓고간 싱싱한 대게가 줄지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 제철인 경우, 한상 차림 1인당 15만 원 정도 선이란다. 그렇지만 가격의 행운을 잠시 맛보았다. 해넘이에 떨이로 팔고 있는 대게를 10만 원에 15개 정도 구입한 것이다. 이것이 신의 한 수라면 한 수였다. 어른들에겐 부족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게를 직접 들고 살을 빼먹어보며 먹기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양껏 배불리 먹었다는 말과 함께.


  쓰키다시(기본 안주)의 차림상은 없었지만 자릿세(인당 2천 원)와 해물탕, 딱지에 섞어먹는 게밥을 가격에 추가해서 먹어보는 시스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4년 전쯤 7번 국도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홍게를 먹어본 경험에서 나온 여유라고나 해야 할까. 그때도 홍게만 따로 사서 자릿세를 내고 먹었던 기억이 난다. 골랐던 홍게와 쪄서 나온 홍게가 좀 많이 달라 질문을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신뢰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격과 개수 흥정을 할 때 내가 직접 보지 않아 정확히 대게의 개수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아들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가게 사장님이 빠른 속도로 세더니 ‘열네 개네요.’라고 하자 옆에 있던 아들이 ‘아닌데, 아닌데요. 저기서 15개 가져왔는데요.’라고 반문하는 거다. 그러자 다시 한번 보는 곳에서 세어주신다. 15개. 15개가 맞았다. 49.9%의 신뢰와 50.1%의 불신을 만들어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남편에게 전후상황의 보따리를 풀자 '조용하라!'며 오히려 내게 눈치를 준다. 그러면서 아무도 없을 땐 ' 여기도 남는 장사해야지 않겠어."란다. 이것이 남편의 유머 코드였던가.




  

  큰 대게는 알알이 꽉 차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맞고 적당하게 들어찬 대게의 속살이 우리를 계절의 맛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큰 것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대게가 오히려 실속 있다는 현지인의 말도 듣게 되었다. 보름날 언저리에 와서인지 대게는 더 살을 품고 있을 거라고도 좌판에서 판매하는 어머니들이 귀띔을 해준다.
  
  강구항의 아침은 파도에 갯 향기를 일찍 받는다. 이미 정박된 작은 배들은 대게를 싣고 나르고 다시 나가고.




시인과 정원의 브런치

나미래의 詩詩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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