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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an 14. 2019

2. 영어 학습, #아들의 입장에서 캠프를 읽다

아들의 영어캠프 이야기, 부모는 좋은? 즐거움과 힘듦이 공존하는 캠프



필리핀 비행기 표 끊고 날아갈 뻔!
부모는 안심하고 맡기는 관리형 캠프
아이들은 즐거울 수도 힘들 수도 있는 캠프


[영어 캠프 일주일 종료 후 전화 통화] 일주일 수업을 마치고 주말을 맞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부턴 전화 통화를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게(관리형 영어 캠프인 이곳은 주중에는 핸드폰을 보관한다.) 된다. 아들과 첫날 통화에서는 서로의 안부만을 물었고, 그리고 두 번째 통화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직감적으로 눈물의 깊이를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도 몰랐다. ‘그랬구나. 힘들겠구나. 어떻게 하니? 엄마가 좀 힘든 것들 말해줄까? 포기하고 올래? 엄마가 갈까?’등등의 단순한 문장을 여러 번 나열한 정도였다.  


[SNS 밴드 속에서 아들을 만나는 캠프] 일주일 동안, 밴드에 올라오는 매끼 식사 사진(준비한 음식, 먹고 있는 아이들 모습), 취침 사진(이불 덮고 자기 직전의 모습), 활동사진(축구, 수영, 간식 먹기, 외부)의 일정들을 보며 안심을 하게 된다. 사진이 그려놓은 상황의 우월감은 뛰어나니까. 그런데 안심이 되다 가도 그 사진 속 너머에 있는 아들의 표정 하나하나 읽을 수밖에 없다. 뚱 해 보일 때면 무슨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도 있(었)나?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했(한)다. 사진에 대고 인사를 한다. '오늘도 고생했어! 파이팅'이라며.



매끼 한국 음식을 준비해주고 있으며, 액티비티를 통해 체력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듯하다. 맑은 공기 속, 영어 실력도 늘고 살도 찌우고 키도 커오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캠프에서 로밍과 레벨테스트] 로밍을 간 덕으로 꽤 오랜 시간 T전화(한 달 4만 원 정도면 네트워크가 되는 곳에서는 T전화가 무료다. 주중에는 전화를 보관하고 있는 터라 로밍이 필요 없을 것도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가 어릴수록 언제든지 통화의 길은 열어 두어야 하기에. 와이파이가 있지만 한꺼번에 여럿이 쓰면 카톡 전화는 거의 연결이 끊긴다)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레벨 테스트가 잘 나왔는지 아들은 중학교 과정의 단어를 외우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에 시험을 보는데 그때그때 통과를 못하면 공부의 양은 더 많아진다(통과를 잘하면 주말에 핸드폰 쓰는 시간을 플러스로 얻게 된다고)도 했다.


[캠프에선 형들과의 관계도 중요] 처음에는  형들과의 관계에서도 힘들었지 싶다. 중학교 형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변하는 얼굴의 형상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모를 나이다. 며칠 지나 조금 친해진 형에게 이런 말실수도 한 모양이다. '형, 형은 좋겠다. 형은 중학생인데 초등학교 영어 단어 외우잖아. 난 중학교 단어 외우니까 너무 힘들어.'라는 말을 했다고 된통 핀잔을 얻은 모양이다. ‘엄마, 그 형이 얼마나 짜증 냈는지 알아요? 화내고.’ 나도 이 아이의 엄마지만, 그 상대편 학생에게 얼마나 미안했겠는가. 전화기에 대고 아들에게 긴 설교를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의 말이 상대의 상처가 됐다는 것을 납득하는 눈치다.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모습. 규율 속에서 공부를 하며 이렇게 한번씩 당근을 먹게 되었을 때, 어린 아이들은 웃음으로 꽃피워질 것이다. (출처:NIS 캠프 밴드)



[사춘기 형들과 캠프에서 잘 지내기] 관리하는 선생님들의 입장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북한 김정일보다 무서운 게 사춘기의 사내 녀석들이라 하지 않았던가!’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몇 천배의 노고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초등 5학년을 앞둔 녀석의 입장이라면 얼마나 이해가 됐으려나? 거기까지의 이해는 아직 멀지 싶지만, 고맙게 전해주는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잊지 않고 전달하는 아들이다. 같은 방 형이 엄마와 통화하는데 그 형 어머니가 그러더란다. '같은 방 지산이한테 잘해 주거라.'라고. 그 이후 사진을 볼 때마다 꼭 붙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와 감사할 뿐이다.  


[아들이 캠프에 힘들어하는 것]조금 군대 같다 것(이것은 조금 다른 학생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나왔을 법한 기준), '왜'라는 말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 부모님께 불만 사항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 불만이 있거나 하면 선생님들 앞에서 이야기하라는 것, 단 화를 내면서 말을 하니 누가 앞에서 말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 아들의 입장 정리다.  



 햄버거 가게 가서 직접 주문해서 먹기.(출처, NIS 캠프 밴드)
1:1과 그룹 수업이 끝나는 오후에는 너른 운동장에서 매일 한 시간 정도 축구를 하며 뛰어논다. 근력이 생기겠지만, 나는 아들이 적당히 뛰었으면 좋겠다.(출처:NIS 캠프 밴드)



[캠프 규율에 대한 남편과 나의 생각] 아들 나름의 오버스러운 면들도 있겠지만, 여러 규율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린 아들의 입장에서는 중학생 형들과의 대등하게 꾸려나가는 시간들이 벅찼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강도 높게 생각을 했지만, 캠프의 규율이 군대를 연상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 그렇다고 철저하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머리가 상당히 커버린 아이들이 먼저였을 것이다. 사전에 그 행동의 위험을 막고 말과 말 사이에 꼬리를 무는 논쟁을 근절하는 것도 필요하기도 하겠다 싶고.


[가족 영어캠프 학생과 비교하는 아들, 그리고 문제 해결] 가족과 함께 온 초등생들을 보며 아들은 통제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비교가 된 모양이다. 부모가 함께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유裕하게 보였을지 짐작을 가늠케 한다. 논리로 말하고 '왜'로 시작되는 말을 꺼낼 땐 누구보다 언어의 마술사가 되는 아들. 녀석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는 엄마와 아빠 앞에서 목소리를 높일 만도 하지. 아들은 선생님에게 자신이 말한 어떠한 이야기도 전달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댓글에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더 어린 학생도 있고, 첫 주의 힘든 시기에 적응 기간이었을 것이다.’라는 짧은 답변을 받았고, 나는 ‘남자아이지만 아직 어리니 조금은 무섭지 않게 관리를 부탁드린다.’는 답을 남겼다.

 


2019.1.7~8 이틀간 레벨테스트와 개인 수업, 그룹수업(출처:NIS캠프 밴드)


[그래도 캠프에 바람이 있다면]이 의견이 남겨놓은 파장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묵인할 수만은 없었던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아들의 표현을 100% 다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알지만 힘들어하는 입장을 누르고만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 것이기에. 그런데 전화 안부를 주말에만 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 자기 전 잠깐이라도 하루의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있었으면 싶다. 정말 군대는 아니지 않은가.



[아들의 변화와 적응?] 아들은 주말 동안 심기일전을 한 듯했다. 나도 차분히 아들에게 어른들이 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과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입장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렸다. 아들에게는 울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필리핀에 가서 데려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엄마,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견뎌볼게요. 선생님이 ‘왜?’라는 말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만 빼곤 잘 적응할 것 같아요.”란다.

 


첫주 일요일 저녁, 단어테스트를 끝내고 힘든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시간을 마련해 준 관리 선생님들, 10시 정도가 되면  규칙적으로 취침을 하게 된다.(출처:NIS 캠프 밴드)



[영어 테스트를 대하는 자세] 테스트를 위해 단어를 외워본 적도 없는 아이가 겪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 단어를 미처 다 외우지 못해 남들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단어를 외우고 하루를 시작했다는 녀석이었다. 지기 싫어하는 녀석이 스스로 판 무덤 같기도 했지만, 자율적인 학습을 이미 집에서도 하고 있었던 터라 이것도 스스로 판단해서 했던 것이라고 전한다. 이런 게 성장 아닐까?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 좀 일찍 와서 당황했겠지만 앞으로 많이 겪게 될 것을 습득하는 차원도 될 것이다.


[주말 단어 테스트] 새로운 주를 시작하려는 일요일 저녁, 그동안 배운 단어 테스트를 본 모양이다. 10문제 단어를 먼저 맞추고 통과하는 학생에게 핸드폰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줬던 모양이다. 아들은 일요일 저녁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금요일 저녁 한참 울었던 아들은 온데간데없고, “엄마, 엄마, 제가 제일 먼저 단어 테스트 통과하고 나왔어요. 핸드폰 두 시간 쓰래요. 야호!”란다. 아이고, 아이다 아이! 아들은 집중력이 남들보다 탁월하다면 탁월한데 잘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 힘으로 버티거라!



필리핀 클락 지역에서 큰 SM 몰로 자주 향한다.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사고, 군것질도 하는 모양이다. 아들은 시계와 문구류도 샀다고 한다. 쓰고 간 모자는 여기서 잃어버리고.
1:1 수업은 영어 실력을 부쩍 늘게 할 것이다. 맨투맨 수업을 바탕으로 다음에 이어질 그룹 수업에 적용해 보는 것을 안다면 영어 실력 금방 늘 텐데. 잘하리라 믿는다 아들아!
저녁 시간에는 이렇게 자율 학습 시간을 갖는다. 아들은 영어 단어 테스트를 준비하며, 자신이 생길 무렵에 수학 문제를 푼다고 했다(수학 문제집, 한 권 챙겨감).



[아들 걱정, 아내 걱정, 앞으로의 계획] 아들과의 문제를 머리를 맞대고 남편과 의견을 나눠본 게 처음이라면 처음이었다. 남편은 댓글에서도 싸움을 거는 식의 말투를 자제하라고 두고두고 나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글 쓰는 작가에게 어련히 잔소리가 많다 싶다 생각하면서도 '욱'해지지 말자를 명심하고 또 명심했다.

  

얼마 전,  ‘무엇이든 안된다! 여차 저차 하면 소송을 건다.’고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던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남편이 아들 앞에서 한 적이 있다. ‘이 가게는 친해지기 싫은가 보다고. 무엇이든 안 된다는 문구가 좀 그렇다.’라고. 그 말을 기억한 아들은 ‘엄마 이곳은 안 된다는 말밖에 없어요. 친해지기 싫은가 봐요. 아빠가 그런 말 한 게 생각이 나네요.‘라는 말을 듣고 서로 괜한 말을 했다는 민망함에 얼굴을 쳐다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일찍 혼자 보냈나 조금 자책을 하면서 남편 앞에서 말하고 동의를 얻은 게 하나 있다. 아들이 더 많이 크기 전에 다시 짧은 영어 캠프를 나가게 된다면 이젠 같이 나가야겠다고 말이다. 나의 영어 공부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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