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Mar 25. 2019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1 , #비행편, 아들의 고민

나는 엄마와 여행한다, #열차여행을 위해 비행기 표를 예약하며!


  아들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아들의 여행 계획에 차질이 없었겠지만, 염원하던 유럽 여행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남편은 올해 갚아야 할 대출 이자나 빚에 대해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과비용이 예상되는 유럽 여행은 두 모자에게 자제하며 지양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해왔다.


  아들은 항공권 앱을 몇 개 다운로드하여 검색을 하며 놀기 시작했다. 2월부터 시작된 PC게임의 영역 같았다. 비수기에는 유럽의 지역에 따라 싸고 좋은 가격으로 비행 편을 예약할 수 있다는 유튜버들의 말을 귀담아 담기도 했다.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촌 누나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해야겠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다닌 여행 경험이 나래를 펴고 있는 듯했다. 호랑이 새끼를 키워놓은 게 분명했다(여기서 웃음). 비행 예약과 더불어 각 나라의 여행 계획까지 분석하고 엑셀에 기록해두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엄마에게 ‘카. 드’만 내라는 도둑놈 심보였다.


유럽의 각국을 여행하고 싶었던 아들은 시뮬레이션이라는 방법으로 일정을 짜보고 비용을 빼보는 기록을 남겨놓았다.


  사실 유럽 여행은 내가 생각해도 무리다 싶었다. 여행 자금으로 적금을 들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부 여행으로 써버려서는 안 되는 집안 경제의 복잡한 사정이 있으니. 그렇지만 아들이 학원비로 쓰이는 돈이 없다는 사실은 희망이었다. 어떤 여행을 계획해도 학원으로 버려지는(‘버려지는’ 표현은 내가 썼지만 좀 극단적이다. 아이들의 성향과 실력, 주도 학습 경험에 따라 그 방법을 정하는 것은 양육자의 경제적 자유이기에. 그런데 우리는 ‘학원으로 지불하는 돈을 아껴 여행을 가는 것에 더 투자하자!’라는 것이 작년부터 나와 아들의 소소한 계획 중 하나였으니.) 값보다는 과비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아들은 학원보다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을 선택했다. 학원보다 스스로 공부해 돈을 모으고 엄마에게 힘을 주는 것을 말이다. ‘학원비용을 모아 우리 더 많은 여행을 할까?’에 대한 아들의 응답은 바로 끄덕끄덕 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더 열심히 자기 주도 학습(저렴한 필리핀 화상영어, 영자 신문 5분 읽기(EBS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 자료), 영어 필사(A4절반 정도의 미국 교과서 내용, EBS출판), 학교의 교과는 그날의 학습에 따라 문제집 활용으로 복습, 수학은 날마다 한 시간 정도와 요일을 나눠 사고력 경시대회용 문제, 일반 선행 문제)을 실천하고 있다.


요즘 엑셀 작업으로 여행 기록과 일정들을 스스로 정리하고 있다. '모든 계획은 제가 할 터이니 엄마는 카드만 내 주세요.'란다.



  결국 유렵 여행보다 훨씬 저렴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눈을 돌렸다. 나의 작년 버킷리스트이기도 했었던 곳. 이것은 남편의 엄중한(?) 경고 후 눈치를 보며 두 모자가 내놓은 여행 안이었다. 그것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첫째, 열차 여행! 저렴하지 않은가. 그리고 빨리 갈 필요 있겠는가(아들에게 체험학습으로 쓸 수 있는 학교 결석 보장권 20일을 받았다.).

  둘째, ‘지긋지긋할 것이다’고 또 여행의 딴지를 놓는 남편에게 여행은 지루한 것도 알아야 하는 것을. 바로 그것이 추억이고 경험임을 아들이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셋째, 횡단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 들어가는 비행 편과 돌아오는 비행 편은 다구간으로 예약하면 저렴해진다는 것을 어필했다.  



항공편 시간 정리, 여행 기록 정리를 위해 컴퓨터에서 모든 가능성을 살피는 일이 거의 일과와 같이 함께한다.


  두고두고 갚아야 하는 카드를 꺼내 분할하며 비행기를 예약하는 엄마 옆에서 아들이 그런다. “엄마, 제가 커서 돈 벌면 제 생활비 돈 정도 남겨놓고 엄마께 많이 드릴게요. 그 돈으로 남은 빚도 갚고 하세요.”란다. 속으로 ‘그래 지려나? 쉽지 않은 일일텐데’ 라며 웃음이 나왔지만 그런 마음은 지금 받기로 했다.


  일 차 관문, 항공권이 저렴한 6월을 택해 표를 예약했다. 인천공항과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차에 탑승해 러시아에 도착하는 일정. 그곳에서 2박을 더 하고 러시아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의 시간표를 쥐어본다.


  아들이 그렇게 타고 싶었던 대한항공 B787-9를 손에 넣으니 아들은 행복하단다. 나도 물론 여행이 기다려진다. 우리들의 시시詩詩한 횡단열차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저가항공만 타 왔던 아들은 엄마의 통 큰 카드 결제로 귀국 편은 대한항공 B787-9를 타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우리의 여행이 취소되지 않기를 바라며.

시베리  열차 여행 정보(아줌마와 초등5 아들 2인 비용)

1. 인천-블라디보스토크(항공사:S7,시베리아항공) 가격: 30만  예약.

2.모스크바-인천(대한항공)가격:77만  예약.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나미래 여행 에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