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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n 27. 2019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7, #화장실도 달린다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2, 화장실 냄새에 익숙해져 버린 가난한 여행자들



  좁은 열차 안에서는 여러모로 행동반경이 제안된다. 너무 각오를 하고 온 탓이었을까.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했고 좋았으며 많은 불편함에도 스스로 관대해져 있었다. 적어도 나는 열차 여행은 아직 낭만의 대표성을 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점만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어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경험한 그 낭만이 우리나라에선 길어봐야 7시간 정도가 다여서 6일 동안 달리는 시베리아의 횡단 열차 여행의 낭만의 결과가 사뭇 기대가 되었다. ‘그 느림 자체가 여행이다’는 신념을 유지한 채 느려 터진 열차 여행에 성실히 임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그렇다곤 하나, 횡단열차 안에서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로 가장 먼저 난관에 봉착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볼일을 본다는 것을 몸이 호기롭게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변비와 긴 싸움을 시작했다, 더부룩한 기분을 가슴팍에 달고 산 기분은 현실에선 꽤 유쾌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탔던 7~80년대 기차의 냄새를 그대로 데리고 온 느낌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KTX나 SRT 같은 고급스러운 고속 열차를 이용했던 사람이라면(어린이라면) 횡단열차의 환경이 쉽게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1살 하고도 5개월이 지난 어린이 사람 아들이 ‘불편한 열차 여행을 어떻게 적응을 해나가나’가 내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횡단열차 여행을 시작한 첫날 화장실 냄새에 혼을 빼고 온 아들 이야기부터 소개할까 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화장실 주변에서 발산되는 암모니아 냄새에 코를 찡긋 거렸을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 099호 횡단열차 화장실 안도 딱 그 느낌 그대로였다. 굳이 비행기와 비교를 하자면 기내에 있는 크기의 화장실이 열차 각 호실에 두 곳씩 배치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세안이나 샤워(샤워는 절대 안 될 것 같은 느낌), 탈의가 이루어지는 신성한 곳이다.


  아들은 열차 화장실 냄새에 난감했을 것이다. 첫날 오만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닦지 못하겠다고 ‘엄마’하며 바로 달려 나왔다. 난감했지만, 이 냄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이해력이 빠른 아이는 바로 화장실로 돌아가서 코를 막고 숨도 안 쉬고 이를 닦고 왔다고 자랑을 해댄다.


  이를 닦을 때도 생수를 쓰지 말라고 아들에게 당부를 했다. 화장실 세면대 물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는데(마시지 말라는 기호 표시는 되어 있었다.) 생수를 따로 들고 가 친절하게 귀한 물을 콸콸 소비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열차 안에는 정수기가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뜨거운 물은 24시간 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비치되어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그냥 물을 마시지 않고 뜨겁게 차를 끓여 마시는 문화라고 한다. 신변에 이상이 없을 정도라면 여행지에서 불편함은 감수해보자는 엄마의 말을 또한 잘 이해한 듯했다.


역시나 화장대 세면대 수돗물을 썼다고 자신감 있게 설명하는 아들이 재미있고 귀여웠다. 우리는 다 마신 물의 페트병을 오려 바가지 대용으로 써보기도 했다. 어느 블로그에서 읽고 활용한 대목인데 실제 화장실을 이용하려니 가장 필요했던 도구가 아니었나 싶다. 샤워는 할 수 없었지만, 발을 씻고 손을 씻고 머리를 감는 행위는 멈출 수가 없기에 많은 물이 한꺼번에 필요했다는 사실.



푸른 숲에 나무도 많이 있는 나라에서 휴지가 이렇게도 질이 떨어져야 하겠는가하며 속으로 중얼거리게 만든 휴지의 비쥬얼.


  사실 횡단열차 여행은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하긴 했지만, 어린아이들과 횡단열차의 장시간 탑승은 그렇게 권유하고 싶지 않다. 조금 더 커서 혼자 여행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여행 지역으로 남겨놓는 것은 어떨지 싶다. 열린 마음이 아니거나 애민한 몸 상태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여행을 하는 내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에.


특히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 중에 깔끔함이 몸에 많이 붙어 있는 사람에게라면 횡단열차에 몸을 실을 것을 더 만류하고 싶다.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본다.

“열차 여행은 엄마 혼자서나 해야겠다. 이 불편함의 여행을 굳이 미리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아들아.

“그래서 엄마는 저의 어린 시절의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박탈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라고 했던 아들의 당당한 발언을 듣고 흐뭇함으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무엇보다 이 불편하고 느린 여행을 아들이 즐거워했다니 뿌듯하지 않을 수가. 그러나,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화장실의 구린 냄새의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법하다.



러시아 어느 도시를 가나 이동식 유료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원, 역사에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며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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