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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06. 2020

여행에세이 연재2. 봄과 여름 사이 불국사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경주편

 

 [기쁘고 슬펐던 여행_경주편] <봄과 여름 사이 불국사>



  금까지 봄과 가을 사이의 경주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경주 여행의 시작은 대부분 변함없이 불국사였다. 다행히 이번엔 아들 또래 친구와 함께한 지인들과의 여행에서도 불국사를 일정 중 가장 우선으로 여겨주어 감사했다. 그만큼 몇 번을 찾아도 또 만나고 싶은 곳이었기에. 기억력의 퇴화를 일으키는 장치에 기름을 주고 있을 시기, 다시 찾게 된 경주 지역은 푸름으로 가득한 맑은 날씨의 행운을 안겨주었다.  

  불국사의 후문으로 들어가 산책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국보 제23호인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오래전 중학교 때 단체로 앉아서 사진을 찍던 시절의 필름 조각이 다시 조용히 지나간다.

  사월 초파일을 앞두고 경내에 형형색색의 연꽃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국보 제20호 '다보탑'과 국보 제21호인 '삼층 석가탑'을 보기 위해 위쪽으로 오르고 있는 우리들. 숨소리가 사진 너머에서도 들려온다. 다보탑 꼭대기 두툼한 기단은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파란 하늘을 듬직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경내에는 알록달록 연등이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줄을 서 있었다. 사찰을 돌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잠시나마 느꼈던 사물들이 즐비했다. 정자살문 문양은 세월의 깊이를 비춰주고 있었고, 돌쩌귀문짝을 여닫기 위해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아둔 쇠붙이의 모양새는 경내의 시간을 먹고 있는 듯했다. 문고리를 거는 배목은 여러 사람들의 힘에 의해 납작하게 눌렸겠지. 너무나 유명해서 세트로 외우는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의 형태가 이곳에서도 보였다.  

  경내를 돌면서 보니 소원을 비는 작은 돌들의 탑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5월의 햇살이 비켜가는 단아한 석가탑, 다보탑, 석등. 이들은 외로이 그 자리를 지키며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길 것이다. 2016.5.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기쁘고 슬펐던 여행_경주편(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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