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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06. 2020

여행에세이 연재1. 아들과 첫 경주 여행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경주편

[기쁘고 슬펐던 여행_경주편]<아들과 첫 경주여행>



   경주가 좋았다. 신라 천 년의 고도古都인 경주는 발걸음을 내딛는 도시 곳곳마다 살아있는 박물관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자가용을 내려놓고 아이와 첫 기차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은 어떤 형태로든 즐거울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즐겁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린 아이일 경우,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어찌 됐든 아들에게 감정 폭발하기 전까지 여행은 즐겁다.
  땡볕이 몸을 휘감던 7월의 서라벌 경주는 우리 모자母子를 그곳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불국사를 다녀온 이후, 이십여 년이 지나간 자리로의 소환은 나를 흥분되게 했다.

  이번 경주 여행은 세 살이 된 아이와 함께였다. 세상의 호기심이 충만했고 혈기왕성한 걸음걸이에 쉼 없이 재잘거리는 수다가 무르익어가던 때였다. 아이와 여행을 할 때는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 하루에 많은 곳을 둘러볼 계획도 물론 세우지 않는다.

 장소의 규모나 거리에 따라 한두 곳 정도라면 취학 전 아동에게 적절하지 싶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어린 아들과 함께 다니면서 터득한 여행의 과정과 결과지이자 내 여행의 지론이기도 하다.



    사실, 아이와 여행의 시작은 육아 속에서 갇혀 있었던 나의 답답함의 분출구였다고도 볼 수 있다. 혼자서의 여행을 자주 즐겼던 때가 있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내 자신은 이미 분명 알고 있었기에.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의 숨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기보다 사람들을, 세상을, 자연을 넉넉하게 즐기고 싶었던 건 바로 나였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벌써 여섯 번의 경주를 다녀왔다. 그 옛날 우리 부부의 중학교 수학여행 사진 속의 장소같은 해에 중학교를 다녔던 동창인 남편과는 수학여행 장소가 같아 추억을 공유하는 점과 선이 같다를 추억하곤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오락가락 여름비를 맞으며 백운교와 청운교, 자하문이 위치한 곳에 가족 모두 서보기도 했다. 엄마 아빠의 추억을 공유하니 아이는 많은 것을 궁금해 한다.
 아들과 여행을 할 때는 이런 추억물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긴 하다. 아이에겐 여행을 떠나기 전 관련된 책을 읽히면 더욱 좋겠지만, 생각대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역사와 장소에 대한 암기·주입식의 학습 형태를 지양한다. 대신 편안하게 현장으로 다가가 그곳에서 역사가 들어오는 대화를 즐긴다.
  불국사 경내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라면 ‘안 돼!’라는 소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곳. 불국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인 관음전 뒤뜰이 바로 그곳이다. 인적이 드문 그곳에는 아기자기한 돌상이며 돌탑이 그들만의 공간에서 작은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들이 드문 곳에서 흙놀이와 뛰기를 허락하니 잔소리가 주는 엄마가 있었다. 돌계단이나 바위에 앉아 나라지는 숨을 돌리면 어떨까? 마음을 비우고 아이와 신경전을 피우는 것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나의 즐거운 여행 방법 중 하나다.


  앞으로도 아들과 경주여행은 계속될 것 같다. 2010.7.






나미래의 여행에세이,

[나는 아들과 여행한다]

기쁘고 슬펐던 여행_경주편(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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