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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12. 2016

#30 기차 타자!

나미래의 여행 이야기_즐거웠던 경주여행을 경험으로 풀어내는 썰

 

  땡볕이 몸을 휘감던 2010년 7월, 옛 이름이 예쁜 서라벌 경주는 우리 모자(母子)를 그곳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불국사를 다녀온 이후, 20여 년이 지나간 자리를 기억하며 아이와 첫 경주 여행을 시작했다.


  그 무렵, 아이는 만으로 2살을 갓 넘어 세상의 호기심에 충만했던 때다. 주저하지 않는 걸음을 소유한 혈기 왕성한 세 살이었으며, 쉼 없이 재잘거리는 아이의 수다를 받아주기가 벅차 바깥 여행으로 눈을 돌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KTX 열차만 정차하던 신경주역이 2010년 11월에 개통하여, 2016년 12월부터는 SRT수서 고속철도(Super rapid Train)도 정차하는 곳으로 역사(驛舍)가 탄생했고 변했다. 그러나 우리 모자는 KTX 신경주역 개통 전에 방문했기에, KTX 동대구역에서 환승하여 경주역으로 향했던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자동차를 버리고 고속철도를 이용했던 것은 울산에서 출장으로 집을 떠나 있는 남편과 귀가를 함께 맞추고자 함이었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뚜벅이가 된 우리는 역 주변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탔다. 아이가 징징거릴 때는 택시를 타 쉬운 이동을 했으며, 버스를 타고 다시 경주역 주변으로 오가며 숙소를 찾기도 했다. 불국사, 첨성대 주변에서 놀고 다음 날 남편을 만나 그의 자가용으로 편안하게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 아이와 나의 첫 경주 여행의 기억이다.

     

  나는 아이와 여행을 할 때 다급해하지 않는다. 하루에 많은 곳을 둘러볼 것이라는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장소의 규모나 거리에 따라 한두 곳 정도라면 취학 전 아동이라면 특히 더 적절하지 싶다. 이것은 어린아이와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한 한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까지 내가 어린 아들과 함께 다니면서 터득한 여행의 결과지이자, 내 여행의 기둥이 된 뿌리 같은 삶의 모토(motto)이기도 하다.


  사실, 아이와 여행의 시작은 육아 속에서 갇혀 있었던 답답함의 분출구였다. 워낙 혼자서도 여행을 잘 즐기고, 여럿이 모이는 여행도 좋아하는 성격인 내가, 엄마가 된 아줌마인 내가, 바람을 쐬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먼저 바랐다.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의 숨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기보다 나는 내게 더 충실했던 인간 유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남편이 가족여행을 함께 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이렇게 조금은 혼자서라도 집에만 머무르지 않고 역마살이 끼인 육아를 지향(志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가까운 곳, 먼 곳, 가까운 카페, 동네 산책, 수많은 여행 종류를 하나씩 섭렵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돌아보니 올해 6월까지, 아이와 벌써 네 번 경주를 다녀왔다. 그 옛날 우리 부부의 중학교 사진(같은 해에 중학교를 다녔던 동창인 남편과 같은 수학여행 장소였으며, 반별로 찍었던 학급 사진의 위치도 같았다. 우리 부부가 공유하는 추억의 점이다.) 에는 백운교와 청운교를 올라 자하문이 위치한 곳에서 반 단체 사진을 찍었던 곳이었다. 그 자리에 함께 서보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추억을 공유하니 아이는 많은 것을 궁금해한다.

     

  아이와 여행을 할 때는 이런 추억 몰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긴 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관련 책을 읽히면 더욱 좋겠지만, 생각대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너무 많은 욕심으로 아이에게 그 장소에 대한 주입식의 학습 형태보다는 되도록 자주, 되도록 편하게, 되도록 즐겁게 현장을 눈으로 자연스럽게 보게 하는 것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즐거워질 수 있는 방법이지 싶다.


  불국사 경내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라면 ‘안돼!’라는 소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곳인데, 바로 불국사 뒤뜰로 데려가 흙놀이를 허락하거나 뛰기를 허락하면 잔소리가 줄어들 것이다. 부모는 돌계단에 앉아 숨을 돌리면 어떨까? 엄마도 마음을 비우고 아이와 신경전을 피우는 것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여행이 즐거워진다.

     

 

  앞으로는 집 앞의 동탄역에서 아들과 경주여행은 계속될 것 같다. 아이와 즐겁게 여행하기를 옮기면서 경주의 이야기로 월요일을 시작한 나는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난 한 사람의 덕담이 머릿속에서 선회한다. 아이와 처음 경주를 방문했을 때, 역사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그녀는 내게 “둘째를 낳으면 꼭 이곳에 다시 한번 두 아이를 데리고 들려 달라.”는 덕담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여행했던 내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던 그녀는 그 무렵, 둘째를 바라고 있었던 내게 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문장을 선물해 주었다. 둘째는 결국 생기지 않았지만, 언젠가 안내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를 기억하며 반겨주는 그녀가 될 것이니,    


여행이란,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는 여행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여행은 용기다.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백과사전을 펼치는 것이다.'


아이는 여행이 주는 부드러운 마음을 벌써 읽는 듯하다. 아이가 인지 발달이 높은 것도 여행에서 생각이 자유로워짐을 제 안에 살포시 넣었기 때문이리라. 여행 학습을 좋아하는 과정이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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