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문장이 날개를 달고-동시 포토앨범
결혼 후, 앨범을 만드는 습관이 생겼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쌓아두고 흩어진 가족사진과
내 사진을 정리하게 되는 것.
지나간 일 년을 정리하는 마음에서
포토앨범을 만드는 것이 나의 작은
열린 행사가 되어버린 지 어언 11년째.
앨범에 더해 올해는
아이의 시집을 한 권 탄생시켜보았다.
시집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포토앨범 속에 넣은 아이의 언어다.
작년 한 해,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며
숙제가 되었든,
자발적인 행동이 되었든,
강제성이 들어 있었든,
20편의 시가 흩어져 있는 것을 모아
사진을 첨부해 동시 포토앨범 안에 넣었다.
아이의 원문이 바스러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단풍잎, 최지산>
사각사각 단풍잎
가을에는 단풍잎
단풍잎은 길에서 잠을 자며
사각사각 꿈을 꾼다
우리는
사각사각을 들으며
가을을 보낸다.
<밤낚시, 최지산>
줄낚시 밤낚시
줄낚시 2개 빠뜨려
안 좋은 줄낚시
그래그래
돔과 망둥어
걸려들었네
멍청한 녀석들
우리한테 걸린다.
<눈, 최지산>
눈은 겨울이 되면
오는 반가운 손님
하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은
싫어하지
뽀송뽀송 눈 한 방울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얀 나라가 되지
눈은 하얀 세상을 만드는
신기한 마법사
겨울밖에 즐기지 못하는 눈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많이 만져두자
<삼각형, 최지산>
삼각형 삼각형
항상 우리와 함께하지
우리의 친구들은
삼각형
삼각형은
삼각김밥에 있지
삼각자에 있지
크리스마스트리에 있지
삼각형은
우리를 위해
바쁘게 일하지
삼각형은 우리의 일꾼이지
<아빠 생신, 최지산>
아빠 생신,
얼른얼른 축하드리자
케이크 자르고
후 불어
얼른얼른 축하하자
모두 모두 축하하자
<캠프의 밤, 최지산>
캠프의 밤은 힘든 시간
형들은 보초 서랴, 떠들랴
모두들 놀 준비 한가득
선생님 들어와 혼내고
잠도 안 오는
캠프의 밤
힘든 캠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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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기에 캠프를 보냈나?
즐거워했을 마음들이
힘든 마음에 져 버렸다.
즐거웠었다고 말은 했지만
나는 아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두뇌가 더 빠른 형들의 말과 더 빠른 민첩한 행동에
이길 수 없었던 날을 회상하는 시 같았다.
더 많은 시들의 문장이
책 앨범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문장을 만들어낸 아들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다.
사진은 엄마가 찍었지만,
이제 타이핑도
스스로 할 줄 아는!
문장을 정리할 줄 아는 만 9세인 10대 소년으로 잘 커간다.
2016년, 화성시 반송초등학교 2학년, 최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