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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Feb 04. 2017

최지산_아이의 詩 세상

아이의 문장이 날개를 달고-동시 포토앨범


결혼 후, 앨범을 만드는 습관이 생겼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쌓아두고 흩어진 가족사진과

내 사진을 정리하게 되는 것.  


지나간 일 년을 정리하는 마음에서

포토앨범을 만드는 것이 나의 작은

열린 행사가 되어버린 지 어언 11년째.


앨범에 더해 올해는

아이의 시집을 한 권 탄생시켜보았다.

시집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포토앨범 속에 넣은 아이의 언어다.



작년 한 해,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며

숙제가 되었든,

자발적인 행동이 되었든,

강제성이 들어 있었든,

20편의 시가 흩어져 있는 것을 모아

사진을 첨부해 동시 포토앨범 안에 넣었다. 

아이의 원문이 바스러지지 않게 하고 싶었다.


2016년 한해 모은 지산이의 시는 <지산이 동시 세상>으로 이름 붙였다.



<단풍잎, 최지산>


사각사각 단풍잎

가을에는 단풍잎


단풍잎은 길에서 잠을 자며

사각사각 꿈을 꾼다


우리는

사각사각을 들으며

가을을 보낸다.


지난 여름, 시골 외갓집에서 보낸 일상이 시 속으로.


<밤낚시, 최지산>


줄낚시 밤낚시

줄낚시 2개 빠뜨려

안 좋은 줄낚시

그래그래

돔과 망둥어

걸려들었네

멍청한 녀석들

우리한테 걸린다.


12월과 1월을 넘나들 때 동탄 타운하우스 우리 집에 눈이 내렸지. 방학 숙제를 해야 한다면서 지어낸 시.

<눈, 최지산>


눈은 겨울이 되면

오는 반가운 손님

하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은

싫어하지


뽀송뽀송 눈 한 방울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얀 나라가 되지

눈은 하얀 세상을 만드는

신기한 마법사


겨울밖에 즐기지 못하는 눈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많이 만져두자


<삼각형, 최지산>


삼각형 삼각형

항상 우리와 함께하지


우리의 친구들은

삼각형


삼각형은

삼각김밥에 있지

삼각자에 있지

크리스마스트리에 있지


삼각형은

우리를 위해

바쁘게 일하지


삼각형은 우리의 일꾼이지



<아빠 생신, 최지산>


아빠 생신,

얼른얼른 축하드리자


케이크 자르고

후 불어

얼른얼른 축하하자

모두 모두 축하하자


지난 8월, 생애 첫 가족과 떨어져 kage 하계 캠프를 다녀왔었다.


<캠프의 밤, 최지산>


캠프의 밤은 힘든 시간

형들은 보초 서랴, 떠들랴

모두들 놀 준비 한가득

선생님 들어와 혼내고

잠도 안 오는

캠프의 밤

힘든 캠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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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시기에 캠프를 보냈나?

즐거워했을 마음들이

힘든 마음에 져 버렸다.

즐거웠었다고 말은 했지만

나는 아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두뇌가 더 빠른 형들의 말과 더 빠른 민첩한 행동

이길 수 없었던 날을 회상하는 시 같았다.



더 많은 시들의 문장이

책 앨범 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문장을 만들어낸 아들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다.


사진은 엄마가 찍었지만,

이제 타이핑도

스스로 할 줄 아는!

문장을 정리할 줄 아는 만 9세인 10대 소년으 잘 커간다.


2016년, 화성시 반송초등학교 2학년, 최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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