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래의 수업 이야기_오산 행복한학교_한국어수업 강의실 보고 3
외국인 노동자 학습자가 좋아하는 조사,
외국인 노동자 학습자가 좋아하는 음식문화 이야기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휴일답지 않게 여유롭지 못하다. 가족들 식사 준비는 물론 너부러진 저녁의 잔해를 정리하고, 오후 봉사활동에 늦지 않아야 하는 마음의 준비도 쫓김의 이유가 된다. 한겨울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 속에서도 아이는 하늘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자기 시작했다. 조금 더 늦게 일어 나주면 좋을 텐데 해가 창문을 온전히 다 비추기도 전에 잠이 깨 엄마 주변을 서성인다. 집과 회사가 가까웠다면 어떠한 핑계를 대고 회사에 나갔을 남편. 이사를 온 일 년 전부터 출장을 떠나지 않는 주말에는 오전 내내 이불속에서 밝아오는 빛을 보지 않는다. 남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럴 때는 내게 고맙다.
날씨가 풀린 2월의 끝자락에 들어 외국인 노동자 학생들이 제법 교실을 찾고 있다. 지난주(2월 19일)는 평상시 인원에 3배가 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평균 5명 안팎의 학생들밖에 없었던 교실 안에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열기를 품어내니 새로운 웃음이 돋기까지 했다. 2주 전부터 조사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온 이들도 조사 수업에 함께 동참했다.
‘은/는’, ‘도’, ‘까지’, ‘에서는’, ‘과/와’, ‘이/가’, ‘-(이)랑’, ‘-만’, ‘밖에’ 등과 같은 조사인데 초급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어서 가볍게 진입하리라 믿었다.
그렇지만, 나와 함께 공부하는 학습자의 수준은 각자 통일되지 않은 중구난방의 실력에 가깝다. 받침 교육도 안 되어 있는 학습자가 있는가 반면, 말을 잘하는데 문법 수준은 토픽 1,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아무래도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던 것이 먼저이기에 회화체에서 주로 쓰는 조사가 그들에게 익숙한 모양이다. 가령 ‘은/는’이나 ‘-(이)랑/랑’, ‘을/를’, '와/과' 등의 문법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을 위한 강의이지만 설명이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수업이 학습자들에게 어려운 대목일 것이다.
입말에서 굳어진 형태를 문장 형태의 수업에 응용해 보고자 내가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보드에 문장이든, 단어의 형태든 ‘판서’를 반드시 한다는 것.
판서의 중요한 점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어의 전공자들은 강의나 현장에서 익히 배우고 들어서 알 것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판서의 필요성은 그들이 들은 대로, 말하는 대로 언어의 받침이 입말(회화)체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책에 설명된 문장을 반드시 읽고 그 문장으로 다시 그대로 질문을 던지면서 그들의 내면에 들어가기 바라본다. 예를 들면 문장을 쓰거나 해서 반드시 형용 사거나 동사가 되었을 때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기본형을 반드시 앞에 적어두고 변형을 해 가는 과정을 판서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조사는 문장과 같이 발현시켜주어야 이들이 헛갈리지 않고 문장의 띄어쓰기나 적절한 문장의 형태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수업(2016년 2월 26일)은 ‘-(이)랑’, ‘-만’, ‘-마다’에 대한 조사 수업이 주로 이루어졌다. 문장은 ‘친구랑 밥을 같이 먹어요(회화체에서 다루어지는 곁 이야기).’와 ‘저는 돼지고기만 먹지 않아요.’,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한국어 토픽 공부를 해요.’ 등이었다. 특히 4개국의 학습자들의 나라를 예로 들어' 먹는 고기와 먹지 않은 고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가 학습자 중에 많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그들과 가까운 문화 이야기로 수업을 이끌었다. 인도, 방글라데시,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은 돼지고기를 제외한 다른 고기들은 다양하게 즐기고 있었고, 베트남 학습자의 경우 결혼이주민여성들이기에 한국음식의 습성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문화적 차이를 언급하면서 이들과의 이질감을 초래한다면 수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왜 그 맛있는 고기를 안 먹어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다시 던진다면 그 학습자의 입장은 얼마나 난처할까 싶다. 쉬운 말도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자세한 내막까지 표현해 내라라고 명령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다양한 교수법에서 나오는 교사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자세히 따져 들어가지 않으면서 가볍게 그들의 금지 음식과 선호하는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내가 못 먹고 싫어하는 음식을 이야기하고 서로 공유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엔 같이 웃을 수 있다면 성공한 두 시간의 수업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교수법은 후자에 해당된다.
돼지고기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를 달리 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엔 이미 많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 강요할 필요도 없고, 비웃을 필요도 없이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작금의 시대에 그대로 이해해주는 문화적 포용력이 넓게 깔려야 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와 다른 조건의 문화를 가진 나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그들 문화를 다른 나라 학습자에게 설명해주는 장을 열어준다면 더욱 값진 수업의 한 풍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오늘 배웠던 ‘-만’, ‘-(이)나’라는 조사는 그들의 문화를 한층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토픽 책에 나와 있었던 ‘오늘은 빵만 먹고, 다른 것은 먹지 못했습니다.’ 이 짧은 문장으로도 얼마나 많은 질문 문장을 생성해 냈는지 모르겠다. ‘돼지고기만 안 먹는 나라는 어디입니까?’ 또는 ‘돼지고기만 먹지 않고, 다른 것은 전부 먹는 나라는 어디입니까?’로 질문을 하면 다양한 답변이 되돌아온다. ‘우리나라는 돼지고기만 안 먹어요. 다 먹어요.’라든가, ‘-(이)나’를 응용하여 대답한 학습자는 ‘우리나라 우즈베키스탄은 양고기나 소고기나 닭고기는 먹는데, 돼지고기만 먹지 않아요.’라며 조사를 다양하게 응용해주기도 한다.
음식 이야기는 세계 공통 입맛의 언어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 자국의 음식, 그들이 거부하는 한국의 음식들을 듣다 보면 그들의 취향을 알게 되고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독특한 감정 교류를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만 같다.
벌써 지나가는 2월의 끝자락에 선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절반이 먹지 않는다는 돼지고기 삼겹살이었다.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의 종교나 신념에 깊숙이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 먹어보면 어떨까?’라는 마음이 드는 저녁이다.
나의 수업에세이가 언젠가는 여행 에세이, 시집과 함께 지면화되어 책으로 발간되는 날을 꿈 꾼다.
2017.2.26, 한국어 수업에세이,
메모하는 여자,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자, 일본어를 잘 하는 여자, 시와 에세이를 쓰는 여자, 여행하는 여자, 아들 키우는 엄마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