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인 남편과 동거하기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경제적인 타격을 떠나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
나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것도 필요했다. 게다가 엄마이기 때문에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빼기가 어려워 종종거릴 때가 많은데 남편까지 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 생각하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를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난 후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집이라는 공간도 아이가 오기 전까지 집안일을 잘 미루기만 하면 따로 작업실이 없는 나에게 그럭저럭 괜찮은 집업실이 되어주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을 궁리했다.
남편은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고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남편은 도서관에 가기로 하고 나는 집에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둘 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새벽같이 출근하던 남편은 그에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늦잠을 잤다. 나는 일찍 일어나 아침묵상과 요가수련 후 아이의 아침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남편은 아이 양치를 시키고 잠들기 전 책을 읽어준 후에 자기만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공존은 시간과 공간을 분리한 그 사이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