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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Jun 17. 2016

[OGT] 나는 인터넷에서 글을 읽는 게 너무 힘들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읽으려고 하면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한다.


사이트에서 기사 하나를 클릭했다.

여느 때와 같이, 먼저 글의 제목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목이 나온 다음 아래로 링크 광고가 몇 개 들어가 있지만, 가볍게 무시하도록 하자. 링크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어디까지가 글이고 어디까지가 광고인지만 잘 구분할 줄 알면 된다.

 


글의 한쪽을 가린 영화 포스터는 비록 '어벤저스'라고 할지라도 5초 이상 눈길을 주어서는 안 된다. 과감히 유혹을 뿌리치고 Close 버튼을 찾아 살포시 눌러준다. 이제야 글이 다 보인다. 아직 첫 문장도 읽지 않았다.


  모처럼 찾은 글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줄 바꿈을 할 때는 시선이 너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향하지 않는지 항상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심하지 않으면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하체만 뚱뚱한 당신'과 '어제 먹은 대창이 미국산' 같은 지뢰를 밟을 모르니까 말이다.

 


  글쓴이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몇몇 오탈자가 눈에 띌 때는 "이건 책이 아니야"하며 너그럽게 넘어가도록 하자. 글을 검색하다 보면, 번역글도 아닌데 자동번역기로 만든 것 같은 글도 많고 불필요한 전문용어로 융단 폭격하는 글도 많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그런 글을 읽다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없을 때는 언제나 기억하도록 하자. "글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를 수련하는 것과 같다"는 말과, "어떤 글이라도 10번 이상 읽는다면 그 뜻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명언을 말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 그런지 포털 사이트만큼 낚시꾼들이 넘쳐나는데도 없을 것이라는 이상한 깨달음이 생길 때쯤, 마치 볼만하면 끝나는 드라마처럼, 읽을만하면 글을 동강내는 배너광고가 눈에 띈다. 이번에는 '그곳에 냄새가 나는...' 의학적 문제에 처방을 내려 준단다. 이 때는 코를 막고, 아니 사실은 눈을 질끈 감고 마우스를 아래로 내려야 한다. 어렵사리 파악한 글의 주제를 악취와 함께 증발시키지는 말아야 하니까.



  글의 중반에 다다른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려고 하면 언제나 왼쪽에서는 민망한 탈모 광고가, 오른쪽에서는 혐오스러운 임플란트 광고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도 Before와 After를 번갈아가며 초당 2 프레임으로 최면을 건다. 물론 성형과 다이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거... 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구문제를 이야기하는 글에 붙인 비아그라 광고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렇지만, 선정적인 속옷 광고와 함께 다니는 '엄마 고마워요...' 같은 계몽 광를 발견할 때, 아니면 '1000원이면 굶어 죽는 어린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와 '모 정치인 100억 횡령'과 같은 기사나란히 붙어있는 것을 볼 때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이건 정말 니란 말이야!" 맥락도 없고 교훈도 없고 재미까지 다. 이쯤 되면 글에 따라다니는 최고의 안티는 알바의 댓글이 아니라 물주인 광고주다.



  광고와 글이 뒤섞여 어느 것이 진짜 목적이었는지 헷갈릴 무렵, 아직 글의 결론도 읽지 않았는데 뭔가 중요한 것을 지나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올라가 본다. 그러나 글을 위로 올릴 때도 긴장을 풀거나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될 것이다. '팔자 주름 한 번에'와 '우윳빛 여자 친구'를 지나가야 하니까.


  나는 과연 이 글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회의가 들어 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다 글 밑에 보이는 "자기야 나 컴퓨터 한 대 사주면 안 돼?"를 관련 기사인 줄 알고 눌러버렸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 정품 소프트웨어 홍보 페이지다.

 

  아, 그 누가 디지털을 감성이라 했는가? 누가 말했는가, 아니 어떤 광고였는가?

무엇을 보더라도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은.


▨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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