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책을 읽을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유명 CEO나 독서가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한다지만, 시간에 쫓기는 더 중요한 일을 하면서 어떻게 그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책을 읽으려면 시간을 따로 마련해두어야 하므로, 책 읽기는 어쩌면 시간과의 싸움이다. 문제는 시간을 확보할 정신적인 여유를 어떻게 갖느냐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게 아니다. 만약 여유를 가질 기회도 없을 정도로 바쁜 업무 환경에 처해 있다면 우리는 반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정말 위대하고 감동적인 모든 것은 자유롭게 일하는 이들이 창조한다"고.
책 읽기는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이다. 주변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몰입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책을 읽고 싶어도 쉽게 읽을 수 없다. 몰입을 방해하는 최대 요소는 불안이다. 걱정과 근심, 불안이 마음이 사로잡고 있을 때는 책을 읽기 어렵다. 그런 감정에 이미 몰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편안한 가정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부와 독서는 그다음이다.
책 읽기는 신체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다. 이를테면, 시력이 저하되어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점자를 배우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책 읽기는 감당할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는 활동이다. 젊었을 때는 일만 하고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여유로워지면 그때 가서 책을 많이 읽겠다는 생각은, 가장 낮은 확률에 모든 칩을 베팅하겠다는 판단과 다를 바 없다.
책 읽기는 제2의 천성이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책을 쉽게 읽을 수 없다. 아무리 여유가 있고, 시간이 남아돌며, 걱정이 없고, 아픈 곳이 없어도 습관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독서가가 되기는 어렵다. 습관은 버리기도 어렵고 만들기도 어려운 관성이다. 리히텐베르크의 말처럼, 무분별하고 지나친 독서 습관은 오히려 해가 되기까지 한다. 인생의 목적이 책 읽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책 읽기는 풍요로운 인생을 위한 좋은 습관 중 하나, 말하자면 ‘생각을 하기 위한 도구’ 일뿐이다.
“너무 많이 읽는 것은 독자적인 사유에 해롭다. 내가 만난 위대한 사상가들은 그다지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이다.” <천 개의 문장들, p27>
“Ler demais é prejudicial à sua independência de pensamento. Os maiores pensadores que encontrei entre os estudiosos são pessoas que não leram demais.”
책 읽기는 쉬운 활동이 아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 정당한 이유는 많다. 읽고 싶어도 못 읽는 사람도 많다. 지구에 사는 절대다수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만약 오늘이라도 책을 읽고 있다면 감사하라.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임이 증명되는 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