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내가 정말 아는 것은 무엇일까?

21세기의 철학적 질문은 테크놀로지에서 나온다.

by 미래지기

많은 사람들은 판단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지식보다는 습관이나 근거를 알 수 없는 믿음에 의지하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오류를 범했다. 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 즉 ‘일반화의 오류’다. 위의 문장에서 ‘많은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이 글을 읽은 독자가 공감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받아들여야 할 근거는 없다. 내가 경험한 몇 가지 과거가 그랬고, 또 나 자신이 습관이나 근거를 알 수 없는 믿음으로 내린 판단이 많았다고 해도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특수한 사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주장을 내려놓고 사실의 여부를 확인하는 행동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식은 연역이 아니라 귀납에서 온다고 믿기에.


앎은 경험에서 온다. ‘무지無智’란 경험이 없다는 말이다.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 영어를 좋아하는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something, everything, anything, nothing이 어떻게 다른지 아느냐”라고. 그 당시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끄러움에 사로잡혀 “모른다”라고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열등감마저 느꼈을까? 비교의식 속으로 빠져드는 건 학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최소한 내 경험으로는 그랬다.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사람은 신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알아서도 안된다. 살아가면서 겪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경험이 다르니 앎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무지’를 경험했을 때 부끄러움 대신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면 된다.


몇 개월 전, 명언을 수집하다 브루스 리(이소룡)를 만났다. 절권도截拳道의 창시자라는 브루스 리, 그의 영화를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알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묘사된 파편적인 이미지로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에 나는 그의 명언을 통해 다시 만났다. 브루스 리는 무술가이자 영화배우이며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가 했다고 알려진 명언들은 앎과 배움에 대한 통찰을 준다.


나는 1만 가지의 발차기를
한 번씩 연습한 상대는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발차기만 1만 번 반복해
연습한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Eu não temo o homem que
praticou 10.000 chutes uma vez,
eu temo aquele que praticou
um chute 10.000 vezes.
- Bruce Lee

<천 개의 문장들, p50>


‘반복’은 무지를 벗어나게 해 주는 습관이다. 단, 질문이 없는 반복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직업으로서의 철학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무지를 인정하고 알기 위해 질문을 하면서 꾸준하게 추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철학자다. 과거의 철학자들은 “앎이란 무엇인가”를 물었고, 그 질문은 지금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21세기, 오늘날은 테크놀로지가 그 질문을 이어받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컴퓨터를 탄생시켰고 인터넷을 거쳐 인공지능에 이르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해 나가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단순히 ‘기술’로만 인식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을 알고리즘에게 맡기면서, 삶이 편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라 예측하지만 미래는 갈수록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지식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뀌어가는 도중에 우리는 서 있다.


원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요즘 같은 때가 예전에는 없었다고 한다. 스마트 폰을 터치해 인터넷 검색만 하면 지식이 쏟아진다. 내가 정말 아는 건 무엇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미래에도 가치가 있을까?


브루스 리는 이런 말도 남겼다.


지식은 교사에게서 오지만 지혜는 자신의 안에서 나온다.


지식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지식이 아닌 지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루스 리'에서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천 개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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