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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May 06. 2022

{거짓말}

기억을 서술하지 않는 말


사건이나 정보를 최대한 그것과 가깝게 묘사하지 않고 변형시켜 전달하는 말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말하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의지란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의 출발선은 의지 이전에 존재하는 것, 즉 기억이다. 의지뿐 아니라 '믿음'도 기억에 의존한다. 


기억이 바뀌면, 다시 말해 기억이 거짓이 되면, 거짓말도 진실이 된다. 대중들로 하여금 어떤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게 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같은 기억에 호소하며 설득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거짓 기억을 심는 방법이다.


기억이 온전히 보존되지 않는 현상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도 쉽게  나타난다. 기억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했어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각자가 가진 기억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수 있다. 자신이 기억하는 정보를 최대한 그 정보와 가깝게 묘사한다면, 그리고 그 기억이 거짓되었다는 것을 알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거짓말을 한다고 볼 수 없다.


글은 말보다 강력한 힘이 있다. 사람들은 기억보다 기록을 더 믿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왜곡하고, 역사서를 편협한 시각으로 쓰는 일은 교육을 통해 후대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면, 어떤 기억이든 그 기억은 진실이 된다.


▨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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