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지기 May 12. 2022

{재정의}

내 기준에서 범위를 정하는 일


'정의 definition'란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또는 어디까지 축소할 수 있는지 한계를 정하는 일이 바로 '정의 定義'다. definition 속의 'finit'이 이를 설명해 준다. 왜 한계를 정하는 것일까? 인간은, 한계를 정해야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은 무한에 열려있지 않다.


또한 定義란 '뜻을 정하는 일'이다. 정의를 내리는 이유는 의미를 파악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오류나 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이므로, 물질뿐 아니라 추상적인 것에도 정의를 내려야 한다. 그러므로 정의란 사회적인 약속이다. 한계를 긋지 않으면 의사소통 communication은 올바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식체계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식이란 '수많은 정의로 이루어진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이다.


아무리 처음 보는 '정의'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거쳐 변형된 '재정의'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정의'란 태어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이미 주어진 환경'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환경이다. 각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주어진 수많은 정의를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롭게 써내려 간다. 이것이 '재정의', 즉 '나만의 정의'다. 사람의 주관은 다른 사람이 정의 내린 정의를 하나하나 재정의하면서 형성된다. '주관이 없다'는 말은 '나만의 정의가 없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어떻게 '나만의 정의'가 없을 수 있겠나?


사람은 재정의를 하며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 아니다. 살기 위해 재정의를 하는 것이다. 남이 정해 놓은 정의를 '나의 정의'로 삼고 평생을 만족하면서 살 수도 있다. 수많은 생각과 경험을 통해 내린 '나만의 정의'가 제아무리 탁월하다 할지라도 보편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정의는 재정의되고 또다시 재정의된다.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모두 내면에 있는 정의에 의해 시작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 정의가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간에. 아니면 올바른 것이든 아니든 간에.


▨ 미래지기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