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을 '일반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화를 하면 사례를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한 번만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두 수를 더해서 8이 되는 식은 무수히 많다.
1 + 7 = 8
5 + 3 = 8
0 + 8 = 8
2.5 + 5.5 = 8
12/2 + 4/2 = 8
등 그 식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문자로 표현하면 수많은 계산식을 단 하나의 식으로 쓸 수 있다.
x + y = 8
이 얼마나 경제적인 방법인가?
경제적인 장점을 취한 동시에 우리는 난이도를 얻었다. 수를 써서 계산을 하면 누구나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를 문자로 대체하는 순간 선명하게 보이던 숫자에 안개가 끼는 듯한, 말 못 할 어려움을 느낀다.
왜 수를 문자로 바꾸어 계산을 하면 어려워질까?
추상화化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숫자로만 계산을 할 때는 어린 시절에 외운 구구단만을 이용하면 된다. 다시 말해, 수를 외워서 계산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추상화 작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숫자가 문자가 되면, 계산은 더 이상 자동화되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따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된다.
일상 속 대화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화법은 멀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을 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3 + 5 = 8"이라는 것은 "x + y = 8"이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사례인 것이다. 사례는 쉽고 그 사례를 낳는 규칙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3 + 5 = 8"이 쉬워 보이는 이유는 이 식이 단순해서가 아니다. 반사적으로 반응할 만큼 익숙하기 때문이고, 또 그 내용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다. 익숙하지도 않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단순한 식 조차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식(數式)은 약속의 조합일 뿐이다. 그런데 그 약속은 숫자가 아니라 기호와 문자로 이루어진다. 추상화化되는 것이다. 이렇게 추상화된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이라는 지식과 기호를 처리하는 약속된 과정이 필요하다.
기호를 쓰지 않고 말로 하면 쉬울 것 같다. 하지만, 말 조차도 생각을 표현하는 약속이기에 규칙이 필요하며, 한글이나 영어의 알파벳 같은 문자도 모두 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약속한 기호가 아닌가? 알고 보면 이런 '약속'은 수 없이 많다.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외국어가 그렇고,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그렇다. 몸속에서 일어난 화학반응도 정해진 약속이며, 미술품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도 정해진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