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래지기 Jun 12. 2022

대수가 어려운 이유



대수학.


한자로는 代數學, 영어로는 Algebra.


여기 "3 + 5"가 있다. 이 계산의 답을 쓰면 아래와 같다.


3 + 5 = 8


이것은 '산수(算數)'다.


이제, 숫자 하나를 문자로 대체하여 적어보자.


x + 5 = 8


이렇게 하면 산수는 대수로 바뀐다.

'대수'란 한자 그대로 수(數)를 대신(代)한다는 말이다.

문법으로 말하면 명사noun 대신 대명사pronoun를 쓰는 것과 같다.


내친김에 숫자 '5'도 문자 'y'로 바꿔보자.


x + y = 8


수를 계산하는데, 왜 숫자 대신 문자를 써서 계산을 할까?


계산을 '일반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화를 하면 사례를 하나하나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한 번만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두 수를 더해서 8이 되는 식은 무수히 많다.


1 + 7 = 8

5 + 3 = 8

0 + 8 = 8

2.5 + 5.5 = 8

12/2 + 4/2 = 8

등 그 식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문자로 표현하면 수많은 계산식을 단 하나의 식으로 쓸 수 있다.


x + y = 8


이 얼마나 경제적인 방법인가?


경제적인 장점을 취한 동시에 우리는 난이도를 얻었다. 수를 써서 계산을 하면  누구나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를 문자로 대체하는 순간 선명하게 보이던 숫자에 안개가 끼는 듯한, 말 못 할 어려움을 느낀다.


왜 수를 문자로 바꾸어 계산을 하면 어려워질까?


추상화化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숫자로만 계산을 할 때는 어린 시절에 외운 구구단만을 이용하면 된다. 다시 말해, 수를 외워서 계산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추상화 작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숫자가 문자가 되면, 계산은 더 이상 자동화되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따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된다.


일상 속 대화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화법은 멀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을 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3 + 5 = 8"이라는 것은 "x + y = 8"이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사례인 것이다. 사례는 쉽고 그 사례를 낳는 규칙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3 + 5 = 8"이 쉬워 보이는 이유는 이 식이 단순해서가 아니다. 반사적으로 반응할 만큼 익숙하기 때문이고, 또 그 내용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정확히 그 반대다. 익숙하지도 않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단순한 식 조차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식(數式)은 약속의 조합일 뿐이다. 그런데 그 약속은 숫자가 아니라 기호와 문자로 이루어진다. 추상화化되는 것이다. 이렇게 추상화된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이라는 지식과 기호를 처리하는 약속된 과정이 필요하다.


기호를 쓰지 않고 말로 하면 쉬울 것 같다. 하지만, 말 조차도 생각을 표현하는 약속이기에 규칙이 필요하며, 한글이나 영어의 알파벳 같은 문자도 모두 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약속한 기호가 아닌가? 알고 보면 이런 '약속'은 수 없이 많다.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외국어가 그렇고,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해 배우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그렇다. 몸속에서 일어난 화학반응도 정해진 약속이며, 미술품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도 정해진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나는 어떤 종류의 '약속'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 미래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