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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Jun 18. 2016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홍명희

이미지가 중요해질수록 상상력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우리가 객관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그 시대 주관성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바슐라르가 말하는 '문화 콤플렉스'란 상상력의 콤플렉스란 뜻이다. 이것은 상상력의 모자람을 한탄하는 열등감 같은 것이 아니다. 문화적으로 습득한 정보가 만들어내는 연상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상상하는 주체가 떠올리는 '영감' 또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리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창조한 고유한 이미지나 상상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이미지나 자신이 겪은 경험으로 구성된 정보가 만들어 내는 '연상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다.


교육은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다면, 교육에 의해 굳어진 이미지를 어떻게 파괴할 수 있겠는가? 온전한 상상력을 펼치기 위해 문화적 경험을 최대한 제거해야 좋을까? 얄궂게도 상상력은 결핍에서 오는 것을.

감각적 이미지들의 전달로만 이루어지는 비디오문화는 소비자를 수동적으로 만들어 결국 개인의 창조적 상상력을 마비시키게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꽃단장을 하지만, 첫인상이란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첫인상이 강할수록 본모습과는 멀어진 편견에 빠지기 쉽다. 바슐라르 식으로 말한다면, 첫인상이라는 '표면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난 뒤에 보이는 '물질적 이미지'가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현대인은 자발적인 상상력의 활동에 의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외부에서 주어진 인공적인 이미지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노동의 시간에 몽상의 활동을 박탈당한 현대인들은 상상력의 발휘를 어려워하면서 손쉽게 주어지는 현대의 이미지들에 열광하는 것이다.

진정한 만남이란, 진정한 인간관계란 첫인상을 걷어낸 모습으로 만나는 것이며 자기 자신의 맨얼굴, 즉 실존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생기며, 그래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지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가면을 쓰거나 성형을 하고 마주하면서 서로 진실되길 바란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게 되더라도 견딜 수 없는 소외감과 허전함 속에서 몸부림치게 될 것이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는 상상력의 도구이자 결과인 이미지가 역으로 상상력을 질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상상력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면서 바슐라르를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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