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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Oct 06. 2017

디지털 생존 교양/김원석

빅 브라더보다 스몰 브라더가 더 위험하다

  기술을 개발하는 목적은 보다 편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함이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해진 만큼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위험에 직면한다. 빛이 강렬할수록 그늘도 짙은 법인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디지털 기술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지구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 하던 모든 일이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으면 스마트폰(컴퓨터)과 와이파이(인터넷)는 삶의 전부가 된다. SNS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며칠 동안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다면? 불편함은 곧 불안함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인 현대인은 접속되지 않을 때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Source : pakutaso.com
현대인들은 기억하는 수고를 일부러 하지 않는다. 검색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디지털 노마드족에게는 ‘전자기 펄스(EMP)’야 말로 원자탄이나 수소탄과 맞먹는 디지털 핵폭탄이 된다. 인터넷 검색만 할 줄 안다면 누구나 간단한 EMP 생성 장치 정도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한다는 것은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는 일과 같다”는 말도 있는 만큼, 디지털 검색은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디지털이라는 옷을 입은 정보는 부자나 빈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나이나 성별, 도덕성이나 학식을 따지지도 않는다. 디지털 기술의 장밋빛에 가려진 ‘보편적 위험’은 꽤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를 차별 없이 위협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도시는 어디나 ‘디지털 위험 사회’가 되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를 감시 사회 / 위험 사회 / 불안 사회 / 중독 사회 / 참여 사회라는 다섯 가지 관점에서 편리함의 반대편에 있는 갖가지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는 모르는 자에겐 두려움이고, 아는 자에겐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임을 자부하고 또 증명하게 만들어 주는 수많은 편리한 기술들이 왜 우리를 위험에 노출시키는가? 지은이는 찰스 페로 Charles Perrow의 <정상적 사건 이론>을 들어 이를 설명한다. “기술이 복합적이고,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구조 속에서는 사고가 발행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복잡한 기술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을 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런 일은 역설적이지만 정상이라는 논리다. 불특정 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다.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보다 많이 만들려는 자본가의 욕심은 온난화를 가속화시켜서 그 결과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으로 도시가 초토화된다. 디지털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원자력 발전소와 국가의 금융 전산망은 예나 지금이나 해커의 목표가 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는 구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안전하게 산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주제로 한 미드 <Person of Interest>의 실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커는 복잡계 네트워크의 허브를 공격한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Big Brother’라는 가공의 독재자를 묘사했다. 소설은 ‘빅 브라더’를 예언했지만 현실에서는 ‘스몰 브라더’들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된 감시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편화가 개인이 개인을 감시하는 ‘감시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수명을 늘리기는 했지만 반대로 우리를 길거리로 내 몰고 있다. 인공지능이 번역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작곡도 하는 시대다. 거의 모든 분야가 무인화 Autonomous Operation Technology 되어 가는 시대다. 이 책이 출판된지는 7년이나 지났지만 그 내용은 아직도 현재다.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기술이 주는 위험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디지털 생존 교양>

김원석 지음 / 2010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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