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프라가 있기에 나는 존재한다

Infrastructure itgie ego sum

by 미래지기

그냥 다 되는 줄 알았다.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불평할 때에도 카카오톡 서버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매달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방문자가 하루 수 만 명 되는 인터넷 서비스 만들면 뭔가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만, 그전에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감당해 내느냐가 우선 문제다.


"모든 아이디어는 재원이 없으면 이륙할 수 없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이륙하더라도 계속 떠 있게 만드는 인프라가 없다면 곧 추락하고 말 것이다. 터놓고 말하면, 공중에 뜬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인프라는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순간순간 격정적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대기(atmosphere)가 있기에 새가 날 수 있다는 사실, 사회 시스템이 있기에 오늘도 나만의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 내 컴퓨터의 파일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하루라도 빨리 끝마치려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난 것 따위를 후회하며 툴툴거릴 수 있는 것도 모든 전자(electron)가 오늘도 정상적인 스핀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정말이지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에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가 이룬 성공도 다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실패할 때도 모든 것이 내 탓만은 아니라고 말한다면 위로가 될까?

조금 부정확하게 행동해도,
조금 게으름을 피우며 살아도,
조금 거짓말을 하며 지내도,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나를 받쳐주는 기반구조가 정확하고 정직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내가 보고 묘사하며 이럴 거라고 믿는 세상은, 그 참모습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내가 나 된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는 인프라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며, 나 또한 다른 사람의 인프라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족스럽지 않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