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낱말이 궁금하여 사전을 펼쳤다. 그러나 내가 찾는 진정한 뜻을 그 사전은 말해주지 않았다. 14세기의 흔적만이 "어원"이라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서 있을 뿐.
영어라는 이 시대의 언어이거나, 포르투갈어라는 각별한 언어이거나 다 마찬가지다. 한국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10년, 20년을 고군분투하며 체화하는 말과 문장은 모두 지난날로부터 와 22세기를 지나가는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그 시대를 위한 동반자일 뿐이다.
기껏해야 한 세기 정도를 살다 가는 짧은 삶이지만 살면서 겪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유일하고 놀라운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유일한 경험일 뿐만 아니라 진리로 다가와 평생토록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단 하나의 낱말이라도 그 뜻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부터 평생토록 바뀌지 않는 (바꾸기 어렵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사람도 언어도 모두 지나간다. 낱말도 사전도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시간과 더불어 변해간다. 어쩌면 우리가 배우는 언어마저도 시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계속 열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지식은 유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새 종이를 꺼내서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을 그들만의 문체로 새롭게 써내려 가야만 하는 것이다. 기억은 기록이 된다. 확실하다고 믿는 그 어떤 사실도 한 세대만 지나면 역사가 되고, 일부러 찾아내어 증명하지 않으면 진위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 버린다.
오늘날처럼 기록이 일상화되지 않았던 시대의 사건들은 후세에 정확히 전해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기록한다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