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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지기 Oct 13. 2017

사진은 회화다

원본 없는 사진, Algorithm Photography


사진이란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사진 photography' 이라는 말 자체가 자신을 정의하니까.


사진의 3가지 특징은 기록성, 표현성, 전달성이라고 한다지만, 회화 painting 역시 그렇지 않은가 반문한다. 렇다면 텍스트 text도 마찬가지 아닐까?


(C) 미래지기


회화가 따라갈 수 없는 아주 정밀한 화상을 제공하고 (기록성) 회화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순간적이고 극적인 찰나를 시간과 함께 담아내며 (표현성) 회화가 불가능한 원본의 복제 가능성 (전달성) 을 주는, 회화적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면서도 회화가 아닌 매체.


차라리 사진이란 이렇게 정의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회화적인 요소를 빛을 이용하여
기계적이고 화학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 내는 이미지"


(C) 미래지기


사진의 세가지 요소는 구도, 초점, 노출이라고 한.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는 구도, 피사체, 후보정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 요소를 대상, 카메라, 빛이라고 말하고 싶다. 필름  film이나 칩 chip에 담긴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기에.


(C) 미래지기


사진의 출생 증명서는 예술이 아니라 차라리 과학에서 가져와야 한다.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기계적인 처리 과정이야말로 다른 매체와 구분되는 고유한 속성일 테니 말이다.


(C) 미래지기


21세기 '디지털 사진 Digital Photography' 은 사진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를 바꾼다. 전통적인 사진이 과학이라면 디지털 사진은 수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사진은 궁극적으로 이진 논리 게이트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다. 이제 사진 회화를 만드는 수단이 된다. 사진이 변화하는 동안 회화 역시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는다. 그림은 3차원 그래픽을 통해 사진으로 변모한다. 이 둘은 '디지털 이미지 digital image'라는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C) 미래지기


논리 회로 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매체도 '디지털 이미지'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사진은 '알고리즘 일러스트 algorithm illustration'가 되며, 회화는 '알고리즘 포토그래피 algorithm photography'가 된다. (이 용어들은 내가 만들어 쓰고 있다)


디지털 사진이야 말로 새로운 회화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으므로 예술가는 화가라기 보다는 감독하는 사람 supervisor 에 가깝다. 예술 art은 프로듀싱 producing이자 프로그래밍 programming이 된다. 그리하여 사진은 이제 찍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이미지, '그리는' 이미지가 된다. 최근에 등장한 '인공지능 아트'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C) 2022 미래지기


디지털 이미지로 탈바꿈 한 '사진'을 다시 정의해 보자.


"알고리즘이 만들어 내는,
실제와 가장 닮은 이미지"


디지털 이미지가 된 사진은 더 이상 '사진'이 아닐지 모른다. 의도와 작업이 분리되어 모듈 module화 되는 공간, 회로 digital circuit. 그 속에는 지금도 누군가가 꺼내 주길 기다리는 '디지털 이미지'라는 비트 binary digit가 떠돌아 다닌다. 그 비트의 DNA를  꺼낼 때 우리는 비소로 알게 된다. 디지털 세계에서 사진이나 회화라는 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는 것을.


▨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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