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사랑이라는 기차의 종착역이 아니다. 긴 여정을 향한 출발 지점이다. 때문에, "사랑하니까 결혼하겠다"라고 말하기보다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겠다"라고 말해야 옳다. 사랑의 목표가 결혼은 아니라는 말이다.
결혼을 일컬어 사회적 약속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약속이란 시대가 바뀌면 필요에 따라 모양이 바뀌기도 하는 그릇인 셈이다. 그 그릇에 넣어 두고 안심하려면 사랑이라는 내용물은 아주 견고해야 한다.
사랑이란, 누구도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원리다. 사랑은 인간의 조건이자 이 우주를 지탱하는 원리다. 필요에 따라 모양이나 의미가 바뀌는 사회적 제도 따위가 정의 내리거나 가둘 수 없다. 제도에 의해 흔들려서도 안된다. 제도는 보증인을 자처할 수도 없고 면죄부를 발행할 자격도 없다.
사랑은 속성은 본질적으로 디지털이다. 입자를 관찰하게 되거나 파동을 목격하게 될 뿐이다.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오직 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