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도 가치 있는 책 많은데...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나, 대학교를 들어갈 때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 시험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면 제일 먼저 준비하는 것이 자소서일것이다. 자기소개서, 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것.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소서에 쓰는 항목이 있다. 내가 왜 뽑혀야 하는지, 내가 어떤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내가 남을 위해 어떤 봉사를 했는지, 그리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보통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는 어렵고 유명한 책을 쓴다.
특히, 대학교를 들어갈 때는 그 대학교의 추천도서를 쓰는 경우도 많다. 아니면 현재 베스트셀러, 오래 전부터 읽혀오던 고전, 이 나이 또래의 학생이 읽기에 어려운 책. 어떤 책을 읽었는가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셈이니까.
그런데 쉽고 가치있는 책도 있지 않나?
굳이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가 있나. 어려운 책을 읽더라도 본인이 읽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고, 읽고 나서 이해가 안 갔고, 읽어도 생각이 잘 안 나고 인상깊은 것도 없으면 그 책은 본인에게는 가치가 없는 책이다. 사회적으로는 인정받고 멋있는 책이라도 본인에게는 쓸모없는 책이지 않는가.
아무리 쉬운 책이라도 본인이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본인이 발전할 수 있는 생각을 한다면 그 책은 쉽더라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예를 들어 볼까. 정말 쉬운 책, 돼지책을 보자. 어렸을 때 건성건성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은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이 돼지가 될 수 있어?' 뭐 그 정도. 좀 생각해보니 부지런해지자는 뜻의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했지만. 그런데 나중에 중학교 들어와서 도덕선생님이 그 책을 모둠별로 읽어보라고 했을 때 어렸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보였다. 제일 먼저, 삽화. 삽화를 잘 보다보면 점점 갈수록 돼지그림이 많아진다. 그리고 굳이 부지런해지자 뿐만 아니라, 나는 집에서 얼마나 게으르게 살았는지 생각도 해 보고, 왜 사회적으로 대부분 엄마가 모든 가사를 도맡아 하는 것인지, 등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책은 굉장히 쉬운 책이다. 그림책이다. 그런데 그 책은 매우 큰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닐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가치있는 책이다. 내가 그 책을 보고 어려운 책과 가치있는 책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도 느꼈으니까 그 책은 진짜 가치있는 책이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어떤 책을 읽은 것을 알고 싶은 걸까?
자소서를 위해서 어려운 책 한권 띡 읽고 그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은 것처럼 멋들어지게 후기를 쓰고, 유명한 책 한 권 띡 읽고 정말 유명한 만큼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고, 정작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간접 경험이라고들 한다.
우리는 그 간접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책을 읽고 있긴 한 걸까?
p.s. 블로그에 독서 후기를 올리다보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후기를 썼는지 보면서 어떤 부류의 책이 부족하네... 생기부에 이런 책을 더 올려야 겠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메꾸기는 힘든 것 같다. ㅜ.ㅠ 그래도 나는 억지로 책을 읽지는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