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많은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랩에 계신 연구원님들 귀찮았으면 죄송해요ㅠ.ㅜ

by 미레티아

랩인턴쉽을 다녀왔다. 무슨 고등학생이 인턴쉽일까. 그냥 우리학교에서 성규관대학교와 연계해서 만들어 준 활동이다. 원래는 5일간 하는 걸로 되어있었는데 14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는 바람에 4일동안 연장근무해서 시간을 채웠다. 나는 신경발생학 연구실로 갔는데, 우리학교 학생 4명에 연구원 4명이여서 한 사람당 한 명씩 담당해서 가르쳤다.


그런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더라.


당연한 것이겠지만 미안할 정도로 모르는 것이 많았다. 내 성격에 모르는 것 그냥 넘어가면 꺼림칙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물어보고 모아뒀다 물어보고 계속 물어보았다. 실험 구경을 하지 않을 때면 논문을 읽었는데 정말 논문 설명해보라고 나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물으면 설명보나는 내 질문이 반이었을, 아니 반을 넘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인턴쉽 끝났는데 보고서 쓰고 논문 좀 보았는데 질문이 또 생겼다. 이메일이라도 받아올 걸 그랬나. 이제 물어볼 사람이 없다.

그래도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질문이 많은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 질문이 없는 것이 창피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배우지 않은 것은 모른다. 당연한 것 아닌가. 배우지 않고 아는 것은 연구해서 알았거나 본능이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하여간 접해보지 않으면 전혀 모른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왜, 많이 모른다는 것은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증거이잖아, 하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이지 다른 분야를 많이 배웠을 수 있다. 또, 많이 배운 것이 우월한 건가? 적어도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모르니까 질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르니까. 궁금하니까. 알고 싶으니까. 물어봐야지. 몰라도 궁금하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으면 안 물어봐도 된다. 예를 들어보자. 난 스마트폰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게임이 뭔지도 모르고 내 블로그가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요즘 유행하는 게임은 궁금하지 않다. 안 물어본다. 하지만 내 블로그가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궁금하다. 물어본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궁금해도 안 물어본다.
자꾸 공부로만 서열을 매기니까
물어보는 것=모르는 것이 많은 것=공부 못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생각해보자. 다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혼자만 질문하면 창피하지 않는가? 나만 모르는 것 같고. 나만 공부 못 하는 아이로 찍혀버리고. 그래서 다음부터 질문을 안 하게 된다. 그 분위기에 위축된다. 그렇지만 입 꾹 다물고 있는 사람들 중에 다 아는 사람은 없다. 나중에 이야기 해보면 안다.


'나 아까 이해 못해서 그러는데, 너 이 부분 이해했어?'

'아니,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래도 학생은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나를 보호해주니까 말이다. 다들 학생이라 그러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라면서 친절하게 알려주고, 신입이라는 신분이여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고참이면? 고참이 왜 몰라? 그런 식으로 나온다.


아니 모를 수도 있지....배웠는데 까먹었을 수도 있지...


참 이렇게 질문을 매도하는 것 싫다. 이렇게 '왜 몰라?' 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본인이 몰라서 답 안 하는 거지?' 라고 묻고 싶다. 그것이 아니고 자존심 세우려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지만.


질문을 하는 것은 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증거이다. 답변을 들으면서 많은 공부가 되니까 말이다. 나도 이번에 인턴쉽 가서 질문 답변에서 제일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학생들이 위축되지 않고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


저번에 봉사활동 가서 중학생들에게 DNA추출 실험 도와주고 마지막에 활동지를 작성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안 물어본다. 분명히 모르는 것이 보이는데, 답을 하나도 못 쓰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래서 내가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물어보더라. 그런데 그렇게 말해도 안 물어보는 학생도 있다. 다른 친구가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친구에게 하는 답을 듣고 작성하더라. 그래서 '도와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 다들 '네'하니까.


p.s. 이 글을 보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만약 저를 담당하셨던 연구원님이나 그 랩실의 연구원님이 본다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제가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해 본 적이 처음이에요. 예전에는 위축되어서 질문을 못한 경우도 있고, 기회가 없어서 못 한 적도 많은데 기회도 되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질문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혹시 제가 질문 또 해도 답해주실 수 있다면 해도 되는지 좀...알려주시면...질문 또 생겼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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