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것이 항상 창의력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길들여졌다...

by 미레티아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사회이다. 창의력, 창조성, 또 뭐가 있을까? 하여간 뭐 그런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보통은 창의력이 좋은 아이들은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엉뚱한 생각이 항상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무엇이 창의적이라 평가를 받는지 안다.


나도 그랬다. 어렸을 때 칭찬을 많이 받고 싶었다. 창의적이라는 말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무슨 활동을 할 때 튀는 방식으로 많이 했다. 그런데 하다보니, 어른들이 창의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에 맞췄다. 칭찬도 많이 받고 수행평가 점수도 잘 나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나의 창의력은 향상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이 창의적이라고, 아니,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이라고 평가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조형물을 만들 땐 곡선을 집어넣는 것.
그림을 그릴 땐 불가능한 사물을 그리는 것.
과학을 이야기할 땐 공상과학적으로 하는 것.
글을 쓸 때는 현실적이지 않은 것.
2D에서 벗어나 3D로 가는 것.
또 뭐가 있을까?


예를 들어 볼까. 예전에 한지공예 하면서 무슨 통을 만들었는데 내가 일부러 위를 곡선으로 마감했다. 창의적이랬다. 또, 내 이야기는 아닌데 달리와 비슷한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면 창의적이라고 그러는 경우도 많고, 미래 과학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우주과학과 연관짓고 외계인과 연관지어야 좋은 점수가 나오고, 글을 쓸 때는 인간이 뇌 속으로 들어가고 탐험하고 뭐 그래야 창의성이 있다고 한다. 소설은 최대한 의인화를 해라. 동물, 식물, 무생물 모두 의인화시키면 창의성이 좋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그리고 평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입체로 가면 창의적이라고 한다. 미술 시간에 도화지에 원하는 방식으로 본인의 얼굴을 그리는(만드는)활동이 있었는데 부조처럼 반입체로 해서 칭찬받은 아이가 있었다.


정말 쓸모없는 엉뚱한 생각도 창의적인 걸까?


본인이 창의적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주변 어른들도 창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적합한 엉뚱함이었다. 창의적이라 불릴 만큼 적합하게 엉뚱함. 너무 오래 된 이야기라서 자세한 것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과연 그것들이 다 창의적인 생각에 포함될까?


뭐가 창의적인 걸까?


내 생각에 엉뚱한 것은 절대 창의적인 것이 아니다. 창의적인 것이 때때로 엉뚱하게 보이는 것이지. 일부러 칭찬받으려고 엉뚱하게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많은 학생들은 이미 평가에 길들여진 것 같다. 창의성이 평가의 요소이니까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말이다.

p.s. 초등학교 2학년 때 국어 시험에서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면'이라는 주제로 서술하는 시험이 있었다. 100점 중 10점을 차지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난 책에서 지구의 자전이 멈추면 태양쪽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반대쪽은 꽁꽁 얼어붙게 된다는 말을 봤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썼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그런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8점 정도 받았다. 내가 뭘 해야 10점을 받을 수 있었을까 고민하다가 이 시험이 국어시험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쓴 것이 문제. ㅠ.ㅜ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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