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서론 스타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더라.

by 미레티아

내가 블로그나 브런치에 쓰는 글은 서론이 짧다. 아니, 서론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어디 공식적인 글을 써야 하는 경우는 서론-본론-결론을 꼭 맞춰서 쓴다. 그렇게 안 쓰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글을 쓸 때 문제가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서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서론을 쓸 때 전혀 연관이 없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볼까. 최근에 신경세포를 염색하는 방법을 개발한 과학자에 대한 글을 쓸 때가 있었다.(참고로 그 과학자의 이름은 카밀로 골지이다.) 그런데 내가 서론을 뭐를 썼냐면, 염색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색의 중요성을 끌어들였고, 그 색의 중요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하철 노선도를 끌어들였다. 내가 그 글을 대회에 내려고 썼기 때문에 서론을 여기에 못 올리겠지만 이번에 색각이상자를 위한 지하철 노선도라고, 새로 개발된 노선도가 있다. 그렇지만 그 노선도도 색깔이 있다. 그래서 그것으로 서론을 끌어냈다.


3D프린터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는 서론을 고민을 많이 했다. 진짜 쓰고 싶었던 서론은 한 동화였다. 어떤 동화냐면, 어떤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 옷이 이음매(봉제선)가 없었다. 한 어른이 옷에 이음매가 없는 것은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동화의 이야기는 이제 유통기한이 지난 셈이다. 3D프린터가 인간이 신을 코스프레 하는 것을 가능케 했으니까. 그렇지만 동화의 출처를 찾을 수 없어서 이 서론을 쓰지 못했다.


이러한 서론을 난 좋아한다.


재밌으니까. 너무 딱딱하게 서론을 쓰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내 생각에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서론이 '요즘에 이러이러한 연구가 각광받고 있다.' 혹은 '요즘 이런 것이 개발되었다.' 등으로 시작하는 서론이다. 그런 서론은 꼭 뉴스에서 쓰는 서론같다. 신속함을 요구하는 글이 서론인 것 같고, 참신하지도 않다. 물론 그것이 가장 화두가 되는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뻔하잖아. 너무 흔하잖아.


우리가 필요한 것은 본론이더라도
본론을 보는 데에만 급급하더라도
서론을 감상하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말이 있다. 예전 음악에는 간주가 있었는데 요즘 음악은 간주가 없어지고 있다고....아마 그것은 우리의 삶이 점점 빨라지고 있고 기다리는 시간이 없어지니까 그런 것 아닐까. 점점 여유가 없어지고 있으니까. 난 글에서 서론이 음악의 간주와 같다고 생각한다. 간주를 감상하면서 본론을 기대하는 마음, 잠깐 기다리는 여유. 우리의 글에서 서론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너무 정형화 된 글의 형식.

인터넷 상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포용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필요한 경우도 많으니까.

그렇지만...아쉽다.

난 내 서론을 뎅강 자르고 싶지 않은데.


p.s. 글 쓰는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가 여러 글을 쓰면서 스타일을 바꿔볼까 노력을 해 보지만 나중에 읽어보면 진짜 내가 쓴 글은 내가 쓴 글이 맞는지, 문체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할까, 남들이 잘 읽어줄 수 있는 글을 써야 할까? 둘다 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이 쉽지 않으니까. 관심분야가 다르니까, 가치관이 다르니까. 사람들이 안 읽어주는 글 중에서도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재미없어 보여도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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