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는 토론

자료 빨리 읽기 대회인가....

by 미레티아

우리학교는 토론을 많이 한다. 토론 수행평가는 자료조사도 많이 해야 하고, 조원들 역할도 정해야 하고, 논리에 어긋나는 것이 있는지 검토도 하고, 입론도 써야 되는 경우도 있고, 끝나고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결론은 토론수행이 힘들다...가 아니고, 토론 준비를 하면서 참 많은 의문이 든다.


토론하는데 내가 뭘 배우는 것이지?


보편적인 토론 주제가 던져지면 인터넷을 검색한다. 그러면 굉장히 많은 찬반 근거가 나온다.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하는 토론 주제이니까, 지식 IN이나 T!P같은 곳에 '~~찬성 근거 찾아주세요'라는 글도 많이 보인다. 이렇게 열심히 근거를 찾아가서 토론을 시작하면 뻔하다. 이 주장을 하면 저 주장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반박을 하면 되겠지? 그래서 자료 정리를 잘 하고 말을 잘 하는 팀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우리가 뭘 배우는데.
우리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료만 읽으면 끝나는 토론인데.


저번에 토론 주제로 많이 쓰이지 않는 그런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세 부모 아기 합법화'. 인터넷 찾으면 뉴스밖에 안 뜬다. (심지어 영어로 찾아보면 왠지 한국 뉴스는 외국 뉴스 번역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찬반 자료가 아닌 일반적인 자료들로부터 논리를 우리가 만들어야 했다. 세 부모 아기는 뭔가? 미토콘드리아 질병은? 맞춤형 아기는? 통계 자료는? 이런 것을 기반으로 우리가 만든 논리를 이야기해보자면(참고로 난 찬성이었다.) 미토콘드리아 질병은 여러 장애를 수반할 수 있다->장애인이 되면 사회적인 차별을 많이 받는다->통계자료 보여주기->따라서 미리 치료를 하는 것이 그 개인에게 좋다. 또 다른 논리는 미토콘드리아 질병 치료는 핵 치환 기술을 이용한다->맞춤형 아기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전혀 다른 기술이다.


사실 우리 조가 만든 이 논리가 납득이 될 만한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보편적인 토론에서 나온 자료를 열심히 읽는 것보다는

이렇게 우리가 찾은 정보를 가지고 논리를 밟아나가는 것이

뭔가 배우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토론을 할 때 좀 뭐랄까, 자료가 적은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자료를 국한되어서 준 상태에서 시작하거나.


검색 잘하기 시합이 아니잖아.

빨리 말하기 시합이 아니잖아.


p.s. 솔직히 논리를 만드려고 하니까 힘들었다. 그래도 그런 토론이 의미있다. 초등학교 때 했던 토론 중에 하나가 '친구 생일파티에 꼭 선물을 들고가야 하는가?'였다. 그 토론은 인터넷 자료가 안 나와서 차라리 좀 커서 했던 토론보다 배우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논리가 참 허술하다는 걸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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