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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지금 하지 않을 거면 안읽음 표시를 해두자

까먹습니다 백퍼

by 미레티아

일을 하지 않을 때의 이메일은 뉴스레터를 받아보거나 친구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내는 매체였는데, 일을 하게 되면서 이메일을 굉장히 많이 주고받게 되었다. 나는 카카오톡에서 빨간 숫자가 남아있는 것을 못 견디는 인간이고, 마찬가지로 안 읽음 알림이 떠 있는 모든 것을 못 견딘다. 왜 이런 성격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이메일이 오면 재깍재깍 읽는 편이다.


그리고 어느 날, 컴퓨터를 껐는데 이메일 알림이 휴대폰으로 왔다. 대충 열어서 보니 지금 당장 할 일은 아니었지만 답장이 필요한 업무였다. 내일 오전에 보내면 되겠다~ 생각하고 잠을 잤는데,

다음 주 회의 때까지 전혀 까먹었다. 젠장!


교수님: 뭔가 좀 어렵고 잘 안 되나?
나: 어 그거 메일 보내는 걸 깜박했습니다!


Flux_Dev_a_bespectacled_rabbit_dressed_in_a_crisp_white_lab_co_1.jpg Leonardo.ai로 그린 이메일 보고 있는 토끼

나는 사실 스케줄러를 잘 안 쓴다. 웬만하면 다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머리를 믿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중요한 이메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인데 만약에 마감일이 정해져있는 메일이었다면? 완전 대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성격상 잘 안 되지만 나는 아래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 이메일은 답장을 지금 하지 않을 거면 안읽음 표시를 해둔다. 안읽음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거슬리긴 하지만, 저걸 읽는 순간 실수한다... 절대 읽지 말자... 라는 마인드로 버티고 있다. 아 물론 버티다 못해 다음날까지 줘야 하는 것을 1시간 만에 주고 그러는 일이 종종 있다.


둘째,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온 경우, 채팅방 상단 고정을 해둔다. 이건 안읽음 표시를 하는 것이 안 되고, 친구들과 수다 몇 번 떨면 해당 채팅방이 아래로 주르르륵 내려가서 진짜로 까먹는다. 상단 고정이 되어있으면 역시 거슬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빨간 숫자 풍선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셋째, 문자나 전화로 연락이 온 경우. 이건 어디 안 적어두면 까먹는다. 처음에는 연구노트에 적었다. 그런데 노트의 문제점: 검색이 안 된다! '아씌 내가 분명 이 공책 어딘가에 적었는데...'하면서 뒤적뒤적 거린 적이 몇 번. 두 번째는 달력에 적어보았다. 난 생각보다 악필이라서 좁은 공간에 적으려 하니 지저분했다. 세 번째는 스티커메모에 적어보았다. 이게 나에게는 가장 괜찮았다. 컴퓨터를 켜면 뿅 이거 잊지 않았징 하면서 뜨기 때문이다. 단점은 컴퓨터가 없으면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지만 괜찮다, 최근에 컴퓨터 새로 사서 2kg 안짝이다! (이전 컴퓨터가 3kg가 넘었던 1인)


하여간 이 세상에 믿을 거 하나 없다지만(?) 나도 못 믿는 세상이 되어버리다니(?) 열심히 기록하고, 기록한 위치를 까먹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p.s. 근데 내가 어제 찾은 논문 어디다 저장해뒀지...? 20분 뒤에 회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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