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은 내 이름

내가 받아들인 내 이름

by 미레티아

나는 인터넷 상에서 쓰는 닉네임이 하나이다. 미레티아. 나를 사칭하는 사람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에 현재까지는 미레티아면 나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가끔, 아니 종종 미레티아가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미레티아에서 레가 '래'가 아니라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미레티아는 아무 의미 없다.


어렸을 때 언니와 마법사 놀이라는 것을 했었다. 난 마법사, 언니도 마법사. 각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있었다. 우리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지어나갔다. 이제 많이 오래된 어릴 적 추억이라서 정확한 나라 이름과 같은 것은 기억이 안 난다. 뭐, 내가, 내 상상속의 내가 다스리던 나라는 평화의 나라였다. 몬스터와 일반 마법사와 쎄쎄쎄하고 노는...악마와 천사와 친구삼고 서로 노는 그런 나라.... 그 곳에서 나는 '미레티아'였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그건 기억이 난다.
난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인데,
그에 걸맞게 세상에 하나뿐인 이름을 가지고 싶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


어쨌든, 좀 성장하고, 마법사 놀이는 더 이상 안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레티아는 점점 잊혀져갔다. 그러다가 이제 인터넷이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었다. 막 닉네임을 쓰는 칸이 있었는데 처음 인터넷 계정을 만든 것이 초등학교 1학년 때였으니까 닉네임이 뭔지 몰랐다. 그냥 이름을 썼다. 나중에 찾아보니 닉네임이 별명이라고 해서 진짜 별명을 넣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내 별명. 그런데 좀 더 나이가 먹으니까 사람들이 닉네임에 진짜 별명을 쓰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닉네임을 바꾸려고 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상상 속 나였던 미레티아를 써 놓았다.


학교생활을 좀 하다보니 가입해야 하는 사이트도 많이 생기고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얼마나 내 이름이 흔하냐면, 중학교 때는 우리 학년에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6명 정도 되었고 성까지 완전히 같은 친구도 하나 있었다. (한자는 다르긴 했지만...) 그래서 미레티아라는 이름을 더 사용하게 되었다. 어딜 가입하던지 아이디를 만들 때 절대 겹치지 않고, 소지품을 잃어버렸을 때 그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항상 그 닉네임을 써 놓았다.


그런데 뭔가 현실로 미레티아를 끌고 오려니 좀 이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속의 나는 완벽했다.

마법사 놀이를 할 시절에는 미레티아는 신이었고,

인터넷에서 미레티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학생이다.


현실은, 상상과도 다르고 인터넷의 미레티아와도 다르다. 현실의 나는 미레티아와 동치가 아니다. 내가 꿈꾸었던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 미레티아일 뿐이다. 그리고 난 미레티아가 나와 같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가끔은 그런 것에 좀 우울하다. 나는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는데 왜 잘 되지 않는걸까. 이번에 수학 점수 나오고서 수학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다. 열심히는 하는데 뭔가 부족하다고... 미레티아가 되고 싶다. 내가 꿈꿔왔던 내가 되고 싶다.


p.s.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좀 '나'라는 것에 집착한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도 강하다. 이유는 역시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미레티아라는 인물을 세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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