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앵무새가 되기 싫다

들은 그대로 지껄이기

by 미레티아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따라한다고 알고 있다. 솔직히 앵무새를 직접 본 적도 없고 말을 따라하는 것도 들은 적이 없어서 사실여부를 판단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말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앵무새를 닮은 사람들이 있다. 들은 것 그대로 말하는 사람들. 생각 하나도 안 하고. 들은 것 그대로가 내 생각이 되는 사람들. 정말 세뇌시키기는 좋은 타입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난 앵무새가 되기 싫다.


내가 항상 모든 정보를 접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접한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 나에게 어떤 사실을 말해 준 사람의 말이 틀릴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걸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그것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굳이 가치적인 내용, 즉 생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단순 지식을 배울 때에도, 앵무새가 되기 싫다. 그러니까 내가 이해를 못해도 잘 떠들 수는 있다, 안 그런가?내가 시트르산 회로가 돌아가면서 각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해도 시트르산 회로는 이렇게 돌아가고 이 과정은 이런 의미가 있다고 떠들 수 있다. 내가 꼬인 위치의 두 직선에 동시에 수직인 직선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외울 수는 있다. 점 위치만 헷갈리지 않으면 암기해 써도 괜찮다.


실제로 중학교 때 수학익힘책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어쩌피 시험문제는 거기서 나오니까. 숫자 바꾸어봤자 식까지 통째로 외웠으니까 대입만 하면 된다. 하여간 그래서 그 친구는 성적은 잘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솔직히 그렇게 앵무새가 되면 성적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물리 시험을 보면서도 적분하다 틀려버렸으니까 차라리 통째로 과정 전체를 외워버릴걸...하는 후회를 했다. 수학 시험을 보면서도 증명과정 다 외워버릴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중간에 증명하다 막혀버렸다. ㅠ.ㅜ ) 아니 교과서 증명을 그대로 낼지 몰랐지...지금껏 그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정보도 그냥 잘 하는 친구들의 코딩을 경우별로 다 외워버릴걸, 그걸 시험지에 새로이 짜고 있었을까.


하여간 난 앵무새가 되기를 거부했었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 이해가 들지 않으면 계속 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시험을 망했다.


앵무새. 되기 싫다. 하지만 되어야 현실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참 고민이다. 난 나의 신념을 지켜야 할까, 아니면 버리고 현실을 바라봐야 할까. 그런데 앵무새는 시험 끝나면 나보다 그 지식을 더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시험이 끝나고 나면...그 내용을 다시 시험보지는 않는다. 내가 아무리 이걸 이해했어도 시험 지나고 이해하면 증명할 길이 없다. 해외 인강의 certification을 따는 것이 거의 유일할 것 같은데 인강도 open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으니까. 또, certification을 따도 우리나라는 아직 그걸 잘 몰라서 인정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뭐가 되었든, 정말 모르겠다.


난 앵무새가 되기 싫다.
근데 앵무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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