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인형일까, 아닐까?
요즘 베폴이를 보다보면 털이 많이 빠지고 실밥이 보이는 것이 참 불안하다. 혹시 잘못하다가 머리와 몸통이 따로 분리되지는 않겠지...하느 불안감도 있어서 빨래를 하고 나서 원래는 귀를 빨래집게로 집어서 말렸는데 최근에는 실에다 몸통을 걸어서 말리고 있다.
언니는 그렇게 걱정되면 인형수선을 맡기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런 의문이 든다. 인형 수선을 하게 되면, 나의 어릴 적 시절을 함께 해 왔던 베폴이가 그대로 존재할까? 같은 인형이 아니고 다른 인형이 되는 것 아닐까? 왜, 패러독스 중에 그런 패러독스가 있다.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배가 점점 낡아가면서 부품들을 하나씩 바꾸어야 했다. 몇년이 흐르면 원래 배를 이루고 있던 부품들은 새로운 부품들로 전부 교체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배는, 처음에 가지고 있던 배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사람의 경우는 성형을 해서 얼굴이 바뀌었더라도 가지고 있는 생각, 지식, 자아 등이 그대로이니까 사람이 바뀐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인형의 경우는 어떨까. 인형은 생각이 없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인형이 소중한 것은 순전히 나, 나의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인형을 수선하게 된다면, 비슷하더라도 많이 변한 모습으로 돌아올텐데, 그러면 그 인형은 전에 있던 인형과 같은 것일까?
난...아닌 것 같다. 인간이 늙어가듯이, 인형도 낡아간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변형시키게 된다면 나와 같이 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난 더 이상 애착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정말 뜯어지고 난리나기 이전에는 수선을 맡기지 않을 생각이다. 좀 더 예쁜 모습으로 변형시키기 위해 수선하는 것은 성형하는 것과 뭐가 다를 바가 없는가? 있는 모습 그대로 예뻐해야지, 억지로 변형시킨 모습을 예뻐할 필요는 없다.
p.s. 어쩌피 인형수선 찾아보니까 털 심는 것은 못한다고 한다.
언제까지나 같이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오래 같이 하고 싶다.
그리고 난 내 욕심 때문에
나의 인형을 변형시키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예뻐할 것이다.
아무리 낡았어도,
아무리 실밥이 보여도,
베폴이는 예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