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수선을 맡기게 된다면

같은 인형일까, 아닐까?

by 미레티아

요즘 베폴이를 보다보면 털이 많이 빠지고 실밥이 보이는 것이 참 불안하다. 혹시 잘못하다가 머리와 몸통이 따로 분리되지는 않겠지...하느 불안감도 있어서 빨래를 하고 나서 원래는 귀를 빨래집게로 집어서 말렸는데 최근에는 실에다 몸통을 걸어서 말리고 있다.


언니는 그렇게 걱정되면 인형수선을 맡기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런 의문이 든다. 인형 수선을 하게 되면, 나의 어릴 적 시절을 함께 해 왔던 베폴이가 그대로 존재할까? 같은 인형이 아니고 다른 인형이 되는 것 아닐까? 왜, 패러독스 중에 그런 패러독스가 있다.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배가 점점 낡아가면서 부품들을 하나씩 바꾸어야 했다. 몇년이 흐르면 원래 배를 이루고 있던 부품들은 새로운 부품들로 전부 교체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배는, 처음에 가지고 있던 배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SPA54098.JPG 난 잘 모르겠어...

사람의 경우는 성형을 해서 얼굴이 바뀌었더라도 가지고 있는 생각, 지식, 자아 등이 그대로이니까 사람이 바뀐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인형의 경우는 어떨까. 인형은 생각이 없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인형이 소중한 것은 순전히 나, 나의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인형을 수선하게 된다면, 비슷하더라도 많이 변한 모습으로 돌아올텐데, 그러면 그 인형은 전에 있던 인형과 같은 것일까?


난...아닌 것 같다. 인간이 늙어가듯이, 인형도 낡아간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변형시키게 된다면 나와 같이 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난 더 이상 애착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정말 뜯어지고 난리나기 이전에는 수선을 맡기지 않을 생각이다. 좀 더 예쁜 모습으로 변형시키기 위해 수선하는 것은 성형하는 것과 뭐가 다를 바가 없는가? 있는 모습 그대로 예뻐해야지, 억지로 변형시킨 모습을 예뻐할 필요는 없다.


p.s. 어쩌피 인형수선 찾아보니까 털 심는 것은 못한다고 한다.


언제까지나 같이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오래 같이 하고 싶다.
그리고 난 내 욕심 때문에
나의 인형을 변형시키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예뻐할 것이다.
아무리 낡았어도,
아무리 실밥이 보여도,
베폴이는 예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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