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지 않은 인형

아니 곰인형인데 뭐 어때서

by 미레티아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2학년때였던 것 같은데 재활용품으로 만들기하는 수업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우유곽으로 기차를 만들었고, 기차에 탈 인형들을 좀 들고갔다. 물론 베폴이는 들고가지 못했다. (걔는 커서 우유곽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데 인형이 웃도리는 있느데 아랫도리가 없는 강아지 인형과 토끼 인형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내 인형을 보고 웃어댔다. 바지를 안 입었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면 강아지가 옷을 입거나 토끼가 옷을 입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니까 반박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당시는 되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 베폴이를 보았다. 웃도리도, 아랫도리도 없었다. 그래서 헤어져서 버리는 양말로 웃도리를 만들어서 입혀 주었다. 바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상해서 못 만들었다. 그렇게 베폴이는 며칠, 아니 며칠이 아니고 몇주였을 수도 있다. 옷을 입고 있었다.

베폴이 잠바.JPG 동물 인형이 옷을 안 입고 있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은 왜 내 인형을 보고 웃었고 놀렸을까. 인형인데, 심지어 동물인형인데. 가끔은 나 자신에 대해서 궁금하다. 난 왜 그 상황에서 상처를 받았을까? 난 왜 친구들과 다르게 생각했을까? 지금은 그때 내 생각, 동물 인형이 옷을 입던 안 입던 신경 안 쓰는 그 생각이 옳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왜 나만 신경 안 썼지?


어떤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읽었다.
매일 신문지를 몸에 두르고 외출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이상한가?
나도 그렇고,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이 보기엔
인간들이 그 사람과 비슷할 것이다.
신문지가 천으로 바뀌면 딱 인간의 모습이니까.
어릴 적 친구들은 내 인형을 보고 웃었다.
그 인형도 친구들을 보고 웃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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