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존재 이유??

방학이 방학이 아니야~~

by 미레티아

저번주부터 우리 학교 방학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공부할 때는 집중도 안 되고 잠도 많이 잤는데 학교에 오니 더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다. 참 장소가 공부에 영향을 이렇게 크게 미칠 줄이야. 그것도 학습실은 공부가 안 되고 도서실이 공부가 잘 된다. 넓은 책상 혼자 쓰고 도서실의 문제집들 가져다가 풀 수도 있고. 가끔 선배들 오면 왠지 쫄아서 놀지도 못하겠고??

그런데 분명히 방학인데 방학이 방학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학교에 있기 때문일까.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방학 시작한지 2주가 넘었는데 그때도 방학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러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방학이 무엇이길래 방학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


초등학교 때는 방학식 때 교장선생님이 방송으로 훈화 말씀을 하셨다. 제일 인상 깊었던 말은 '방학은 공부하는 장소를 잠깐 집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때도 지금도 마음에 안 드는 말이다. 방학이나 학기 중이나 언제나 공부를 하는 것이 학생의 의무인가. 학생이 공부하는 기계도 아닌데. 그런데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말인 것 같다. 방학이 되면 학교를 안 나오지 공부는 하니까. 물론 집이 아니고 학원이나 독서실인 경우가 대다수일 테지만.


방학을 한자로 풀어보면 放學이다. '방'이 놓을 방, '학'이 배울 학. 그러면 방학이라는 것은 잠시 배움을 놓아두는 시기인가. 이건 희망사항이지만 말이 안 된다. 우리는 방학 동안에도 공부한다. 특히 요즘은 학원이 방학만 되면 방학특강을 개설한다. 또, 꼭 유치원의 종일반처럼 9 to 10, 혹은 10 to 10으로 오전 9시 내지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아, 물론 아무리 10시에 학원을 끝내라 하지만 그렇게 곱게 끝내주는 학원도 적다. 어찌되었건, 나는 인강을 듣는다는 핑계로, 그리고 올림피아드 특강을 안 들었기 때문에 학원 다닐 당시 10 to 10을 한 적이 적다. 가끔 모의고사 볼 때와 같이 특수한 날 빼고. 그런 날은 참 싫었다. 꽉 막힌 방 안에 가득 찬 땀 냄새, 맛도 없는 학원가 도시락...


예전에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보았을 수도 있는데) 방학은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체험해보는 시간 이랬다. 맞는 말이다. 솔직히 학원만 안 가면 방학이 시간이 널럴하니까 놀러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니까. 그런데 이것이 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요즘 체험활동은 공부이다. 스펙에 도움이 되는 그런 체험활동. 봉사활동을 가더라도 중구난방으로 이것 저것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해야 좋은 스펙이 된다고 그러고, 봉사내용도 중요하다 그러고, 어디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하면 교과과정과 연계이거나 하여간 뭐 기타 등등 다양하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이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가 시켜서 참여하지...

방학이 왜 있는 걸까?
방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시간 동안에 우리는 뭘 하도록 기대되는 걸까? 외국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진짜 재미있게 논다는데, 우리나라는 갑갑한 입시제도와 사회가 방학을 학기 중보다 더 빡빡하게 우리는 내모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 나는 몸이 아니고 마음이 편한 것이 학기 중이다. 왜냐하면 학기 중에 우리는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학원을 못 가고, 학습실에서 공부하는 것 보면 내가 나름 열심히 한다고 위안을 받을 수 있고, 경쟁에서 늦어진다는 느낌을 못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학은 아니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친구들은 얼마나 공부를 할까. 얼마나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까. 내가 블로그를 하는 시간조차,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방학이 편하지 않다. 방학은 진짜 한자를 잘못 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방학이지만 방학답지 않은 지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적응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p.s. 나보다 방학을 방학답지 못하게 보내는 친구들에겐 미안...

매거진의 이전글문화재 제자리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