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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Dec 01. 2020

어릴 때는 그러고 놀았지: 전기놀이

음...알렌 테스트하면서 놀았다고 하면 되려나...

요즘 놀 거리가 별로 없다. 아니, 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니까 짬이 나서 쉬고 싶을 때는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다. 문득 코로나 시국에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불쌍해진다. 어디 나갈 때 항상 마스크 해야 하고, 친구들이랑 놀지도 못하고...

내가 스마트폰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고, 친구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것은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중학년 시기에는 교실 바닥에서 많이 놀았다. 그때 별 희한한 놀이가 많았는데, 지금 꼬마들도 하려나. 지금 보면 좀 가학적인(?) 놀이들도 있어서 적당히 순화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못했던 놀이 중에 하나가 전기놀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데 손에 전기가 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을 한다. 약간 찌르르르...하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명확하게 표현하면 '중단된 혈류의 공급이 회복되면서 드는 느낌'이다. 전기놀이를 하는 방법은 아마 친구들마다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내가 배운 바로는 다음과 같았던 것 같다. (안 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하진 않음...) 먼저, 본인의 양 손을 번갈아서 상대방의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꾹꾹 쥐어주면서 내려온다. 그리고 상대방의 손을 한 3번쯤 쳐 준다음, 손을 본인의 나이만큼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한다. 그다음에 손가락을 상대방 손바닥 위에서 돌리면서 잡았던 손목을 서서히 풀어준다. 그리고 난 늘 친구들에게 에이, 전기 안 오는데? 소리를 들었다.

정형외과 수업을 하다가 알렌 테스트(Allen Test)를 배웠는데 딱 이 전기놀이의 응용 버전(?)이다. 전기놀이의 주된 원리는 앞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손으로 피가 못 가게 막은 뒤 풀어주면서 피를 통하게 하는 것이다. 알렌 테스트도 마찬가지로, 동맥을 손으로 꾹 누른 뒤 환자가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하여서 손에 있는 혈액을 전부 팔로 되돌려버린 후(정맥은 안 눌렀으니 피가 되돌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누른 동맥을 풀어줘서 피가 다시 통하나, 안 통하나를 보는 것이다. 피가 다시 통하면, 즉 색깔이 창백했다가 분홍색으로 돌아오면 그 동맥은 멀쩡한 것이다. 보통 우리 손으로 가는 동맥은 요골동맥(Radial artery)과 척골동맥(Ulnar artery)으로 2개이기 때문에 알렌 테스트를 2번 해서 둘 다 멀쩡한지, 아님 한쪽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보게 된다.

알렌 테스트. 사진출처 https://thoracickey.com/radial-anatomy-and-pre-operative-evaluation/

그래서 고민을 좀 해봤다. 내가 어렸을 때 전기놀이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는 나의 손아귀 힘이 약해서 동맥을 충분히 누르지 못했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면 힘으로 지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아마 동맥 위치를 제외하고 꽉 주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너무 서서히 풀어줘서 피가 되돌아왔다는 것을 못 느낀 것은.... 아닌 것 같다. 제일 합리적인 이유는 '동맥을 안 누르고 무작정 힘만 주었다'인 것 같다.

하, 어릴 적 그때 해부학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래야 전기놀이의 고수가 되어서 피카츄라는 별명을 얻.... 어릴 때는 그게 좀 서러웠다. 남들 다 하는 것을 못한다는 것. 하지만 괜찮다. 난 왼손 공기를 기가 막히게 잘했고, 메이플 딱지를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는데 빌린 딱지로 계속 따먹어서 내 필통은 메이플 딱지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또 내가 뭔 놀이를 잘했더라. 하여간 두루두루 적당히 했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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