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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Jan 04. 2021

업데이트되는 로봇들 & 생각들

보스턴 다이나믹스 영상을 보면서

2021년이 되기 며칠 전, 유튜브 인기 영상에 무엇이 있나 들어갔다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나온 'Do you love me?'라는 영상이 8위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음? 내가 해외 IP로 들어간 것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인기 동영상 순위에 로봇이 올라와 있는 것은 흔치 않은데... 그런데 영상이 진짜 귀여웠다. 로봇들이 나보다 춤을 잘 추는데 정말 귀엽다. 인기 동영상에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영상 링크: https://youtu.be/fn3KWM1kuAw 

보스턴 다이나믹스 Do you love me 영상 캡처

내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유튜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대략 6~7년 되었다. 당시 특별활동으로 과학 관련된 것을 했었는데, 어느 날은 로봇 관련된 수업을 들었다. 그때 선생님이 보여주었던 영상이 네 발로 걷는 로봇이었다. 그 로봇은 얼음 위를 걸어갈 수도 있었고,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았다. 정말 신기하면서도, 약간 웃기게도, 로봇이 불쌍했다. 이성적으로는 로봇은 발로 차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발로 차도 악감정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네 발로 걷고 있으니 강아지를 비롯한 사족보행 동물이 연상되면서 조금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영상 링크: https://youtu.be/cNZPRsrwumQ (참고로 이 영상은 10년 정도 되었다)

로봇을 발로 차는 중. 비틀거리긴 하지만 넘어지지는 않는다. (어째 로봇 이름도 BigDog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때, 우연찮게 인터넷 기사로 "It's terrifying"이라며 소개된 문을 따는 로봇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영상을 다시 봐도 징그럽거나 무섭진 않은데, 진짜 딱 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소름 끼쳤다. 로봇이 문을 따고, 동료 로봇이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잡고 있어 주는 매너를 보여준다. 모양새는 저 2010년의 영상보다 훨씬 이쁘고 노란색이어서 귀여운데, 그 행동을 보는 순간 느낌이 싸했던 것 같다. 어차피 저거 다 코딩으로 한 건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실제로 나 같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동영상의 싫어요 숫자도 장난 아니다. 2021.01.04 기준 좋아요 32만, 싫어요 6.6만. 대략 6명 중 1명은 이 로봇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영상 링크: https://youtu.be/fUyU3lKzoio (2018년도 영상이다)

(Cf) 참고로 이 노랑 로봇을 인간이 제지하는 영상도 있다. https://youtu.be/aFuA50H9uek

문을 따 주는 로봇. 뱀 머리 같은 작용부로 손잡이를 돌린 다음, 한쪽 발을 껴서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한다.

지금은 로봇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와 코딩하느라 고생했겠다', '잘 구현했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귀엽다', '잘하네' 등의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 발로 차는 모습을 다시 봐도, '이야 좀만 세게 찼으면 며칠의 고생이 한순간에 날아갔을 텐데', '굉장히 구현하는데 힘들었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문을 따는 것을 보면 '발 쪽에 관절을 하나 더 달면 좀 더 잘 열겠는데', '동그란 손잡이는 사용이 어려울 것 같은데', '화재 현장에 투입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바뀐 걸까?
그동안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걸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마음일까?

생각보다 우리의 생각은 시대를 탄다. 2013년 '나 혼자 산다'에 서인국이 딸기를 팩째로 씻었을 때는 반응이 다들 놀라는 것이었는데, 2020년 김세정이 팩째로 씻으니까 다들 저게 편하다면서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관련 글: https://theqoo.net/square/1348045093) 물론 댓글을 달고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은 일부이므로, 인터넷 여론이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 사람들은 다시 한번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소신이 있었더라도 '어, 저게 맞나?' 하면서 마음이 동요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로봇들을 귀엽게 여기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지 나만의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주변 친구들에게 이 영상을 공유했을 때 시대의 흐름일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 더 든다. 다들 '우와~잘 만들었는데' 그러고 있어서... 최근에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면서 로봇을 비롯해 자율주행, 딥 러닝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이런 것들에 면역이 되었나? 요즘 뽀로로에도 로봇 캐릭터가 나오던데, 그냥 친숙해진 것인가? 아니면... 춤을 추는 행위가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된 것인가?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어떠한가?
이 로봇들이 안쓰러운가, 무서운가, 귀여운가?
당신의 생각은 당신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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