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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 Apr 29. 2024

파란 하늘 탓, 속초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https://youtu.be/cidZ41v73wU?si=a4NqI6kiK_fP7-0w

잔나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24. 04. 25. 강원도 홍천휴게소 하행

1

정상 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이 되어

사무실 근처 돈까스 앞에 서 있는데

이날따라 하늘이 너무 맑은 겁니다.


물론 솔직히 꼭 그 탓'만' 은 아닙니다.

잔매를 많이 맞으면 무릎이 꺾인다는데,

사소한 일들과 따라서 쌓인 스트레스가

제 생각보다 더 컸나봅니다.

사무실에 앉아있다 해서

일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무기력함도

어깨를 누르고 있었고요.


마침 하늘이 너무 맑은 겁니다.

마침 친구가 속초 같이 가자 했던 말도 떠오르고요.

급하게 고속버스 예약 어플을 켜고

점심 먹고 와서는 바로

'나 나갑니다. 내일도 못나옵니다.'를

대책없이 던지고 휭 빠져나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다음 월요일에

어쩌려고 이랬나... 싶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하늘이 정말 대책없이 맑았어요 ㅎㅎㅎㅎ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2

바다는 왜 좋을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어릴적에는 꽤 무서워도 했어요.

전 수영도 못하거든요.

그럼에도 바다를 보는 건 마냥 좋아요.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친구와 만나기까지는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없다가 급하게 온 거라

터미널 근처 마트에 가서

갈아입을 내의와 양치도구, 티셔츠

휴대폰 충전기를 사고

바다로 갔습니다.


4월이니까 한적하고 텅 빈 풍경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계시더군요.

단체관광객부터

외국인들,

어린 연인들, 노부부,

심지어 저처럼 혼자 여행을 오신 분까지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3

산이고 바다고 어떤 조형물을 만들고

관광자원을 채워넣는 일이

장단점이 다 있지 합니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게

당연한 의무 같지만 동시에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고, 그러려면

개발을 하기도 해야 하니까요.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속초아이라고 대관람차라 운영되고 있던데

꽤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고 알아요.


누군가 제게

이런 게 있는 게 좋은가 물으면

개인적으로

제 취향은 아니라 답할 텐데,

만약 누가 같이 타자 하거나

혹은 부모님을 태워드려야 한다면

당연히 탈 것 같기도 하거든요.


살다보면 저 하나 태도 정하는 일 조차

무자르듯 쉽게 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4

친구 말로는 모래사장에

모래 채워넣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요.

온난화 영향으로

동해안 해수욕장의 모래가

많이 깎여나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결국 인간의 욕심이 문제겠지요.


물론 이러는 저도

사소하고 또 사소한 욕심 하나

버리지 못하고 삽니다.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바다를 보면 맺힌 마음이 풀릴까요?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답이 나올까요?

스스로의 작음을 떠올리며

작은 위로와 자유함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전 그런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그냥 좋다.

그냥 사무실에 앉아

떠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느니

떠나온 게 나았다.

그 정도의 생각밖엔 들지 않았습니다.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

어떤 장소가, 어떤 사람이.

어떤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만든다

그런 순간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잘 믿는 편이 아닙니다. 그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오늘이거나

어제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오늘이면

그 일에 감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죠.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5

친구가 미리 마련해둔 숙소에

가방을 내려두고 잠깐 쉬고 나와서

회센터로 걸어갔는데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고 하더군요.

장소를 옮길까 하다가 친구가

튀김 하나씩만 먹고 가자는 게

어쩌다보니 술상으로 변했어요 ㅎㅎㅎ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오뎅국물과 튀김에 소맥을 마시며

이상하게 따뜻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한숨섞인 이야기를 했지요.


어릴적엔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한참은 결혼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는 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더 나이 들면 어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24. 04. 25. 강원도 속초시

2차로 옮겨서 또 한 잔,

편의점에서 맥주 사들고 들어가

숙소에서 자기 전 또 한 잔

평일 치고는 생각없이 마셨습니다.


오늘은 진짜 대책없이

무작정 떠나왔다고 했는데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자기가 숙소 다 잡아뒀고

다닐 곳도 다 알아서 던져주는데

무슨 무작정이냐고.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어요 ㅎㅎㅎ


언젠가 정말 무작정 떠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아침에 집을 나서며

저녁때 속초 와 있을 줄 몰랐으면

나름 어느정도 무작정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저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행

프리미엄 버스를 탔습니다.

가격은 27,100원입니다.

(일반우등은 20,900원 입니다)

속초고속터미널에서 속초해수욕장까지는

도보 이동 가능합니다.

해변과 반대방향이긴 하지만

근처에 마트도 있어서 필요 물품은

속초에서 편하게 구매 가능합니다.

제가 간 날은 평일 오후여서

고속도로가 밀리지 않은 관계로

예상대로

2시간 30분 정도 걸렸지만

정체가 되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계획만 잘 세우시면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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