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13] <굿 보이>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한밤중에 강아지가 텅 빈 복도를 향해 낑낑거리거나, 아무것도 없는 구석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순간 말이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농담처럼 말한다. "저 녀석, 귀신이라도 보는 거 아냐?" 벤 레온버그 감독은 바로 이 일상적 공포의 순간을 72분짜리 장편영화로 만들었다.
<굿 보이>는 세계 최초로 개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호러 영화다. 주인공은 노바스코샤 덕 톨링 리트리버 품종의 '인디'. '인디'는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병원에서 퇴원한 반려인 '토드'(셰인 젠슨)와 함께 '할아버지'(래리 페슨덴)의 낡은 시골집으로 이사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인디'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고정한다. '토드'를 비롯한 인간들의 얼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건 '토드'의 다리, 손, 뒷모습뿐이다. '인디'에게 중요한 건 냄새와 목소리이지 얼굴이 아니니까.
집에 도착한 첫날 밤부터 '인디'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 소파 밑에서 발견한 핏자국 묻은 스카프. 할아버지가 키우던 개의 환영까지 나타난다. 그 개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인디'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곳에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것을. 하지만 '토드'는 '인디'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예민해진 개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여길 뿐이다.
'토드'의 병세는 점점 악화하고, 그의 행동도 이상해진다. 한밤중 피를 흘리며 지하실 문에 머리를 부딪치고, 낮에는 할아버지가 남긴 박제술 비디오와 B급 호러영화를 멍하니 시청한다. '인디'는 '토드'를 지키려 애쓰지만, 말 못하는 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짖어봤자 "시끄러워"라는 말만 돌아온다.
벤 레온버그 감독의 선택은 분명 영리했다. 개의 시점이라는 제약이 오히려 공포를 증폭시킨다. 우리는 '인디'만큼이나 무력하다. 설명을 들을 수도, 상황을 파악할 수도 없다. '토드'와 '누나'(아리엘 프리드먼)의 통화 내용, 할아버지의 홈비디오 속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퍼즐을 맞춰야 한다. 이 불완전한 정보의 상태가 초반 30분 동안은 놀랍도록 효과적이다.
더군다나 '인디'의 연기는 정말 특별하다. 레온버그 감독의 실제 반려견인 '인디'는 CG 없이, 대역 없이, 3년에 걸쳐 찍은 장면들로만 영화를 완성했다. SXSW 시상식에서 '최우수 개 연기상'을 받은 것이 과장이 아니다. 불안에 떠는 눈빛, 위험을 감지했을 때 쫑긋 세우는 귀, '토드'를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는 표정까지. 말 한마디 없이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런 연기를 끌어냈을까? 답은 놀랍게도 간단하다. 간식, 이상한 소리, 특정 자세 유도. 감독과 프로듀서가 직접 '토드'의 대역을 하며 자연스러운 반응을 끌어냈다. '인디'가 진심으로 따르고 사랑하는 사람이 그들뿐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스토리보드를 미리 짜두고, '인디'의 즉흥적 반응을 기다렸다. 어떤 장면은 1년 넘게 기다려서 찍었다고 한다. '인디'의 특기는 공 찾기, 좋아하는 건 간식. 출연료는 아마 개껌 몇 상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존재감은 간식 몇 개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공포는 "'인디'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보다, '인디'가 여우 덫에 발이 걸리는 장면이 더 아슬아슬하다. '토드'가 밤중에 이상 행동을 할 때보다, '토드'가 인디를 밖에 묶어두고 빗속에 방치할 때 더 화가 난다. 이건 레온버그 감독이 의도한 전복이다. 호러 영화의 공포를 해체하고,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근원적 두려움으로 대체한 것.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것. 그리고 그 존재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개의 시점이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
※ 영화 리뷰
- 제목 : <굿 보이> (Good Boy, 2025)
- 개봉일 : 2025. 10. 22.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73분
- 장르 : 코미디, 스릴러, 공포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벤 레온버그
- 출연 : 인디, 셰인 젠슨, 아리엘 프리드먼, 래리 페슨덴, 스튜어트 루딘 등
- 화면비율 : 2.00: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