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작정했지만, 길을 잃은 여행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17] <퍼스트 라이드>

by 양미르 에디터
4785_4883_487.jpg 사진 = 영화 '퍼스트 라이드' ⓒ (주)쇼박스

남대중 감독이 강하늘과 함께 다시 손잡았다. <30일>(2023년)로 216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던 그 콤비가 2년 만에 재회했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남대중 감독은 "코미디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며 "<퍼스트 라이드>는 관객이 웃으며 극장을 나가는 그 순간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나니 웃음보다는 '이게 뭐지?'라는 당혹감이 먼저 밀려왔다.


영화는 '연민'(차은우/조여준)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미리 말하지만 이건 슬픈 이야기다." 유치원 한구석에서 혼자 지내던 '연민'은 6살 때 인생 친구들을 만난다. 전교 1등에 싸움까지 잘하는 '태정'(강하늘/김희성), 농구부 주장이었다가 부상으로 꿈을 접은 '도진'(김영광/유시완), 큰 스님의 아들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복'(강영석/김태빈). 이렇게 '바보 사총사'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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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들은 '연민'의 뉴질랜드 이민을 앞두고 생애 첫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클럽 DJ를 꿈꾸는 '연민'과 '도진'은 우상인 'DJ 사우스'가 출연하는 태국 EDM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 한다. 문제는 부모들의 허락. '태정'은 "내가 하루 3시간만 자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겠다"라며 덜컥 수능 만점자가 된다. 감격한 '태정'의 아버지(임철형)는 친구 부모들까지 불러 모아 식사를 대접하고, '연민'의 어머니가 여행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꿈의 여행이 현실이 된다.

하지만 공항으로 가던 날, 휴게소에서 버스를 놓치며 모든 계획은 수포가 된다. 10여 년이 흐른 뒤, 30대가 된 친구들은 각자의 삶에 치여 산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된 '태정'은 야근에 시달리고, '금복'은 출가를 앞둔 예비 스님 신세다. 어느 날, 정신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도진'이 퇴원하며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그때 못 간 여행, 이제 가자"라는 '도진'의 제안에 마지못해 응한 친구들은 '태정'만 바라보는 '옥심'(한선화)까지 합류한 채 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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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태국에 도착한 이후부터다. 영화는 마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놓고 하나씩 지우듯 사건을 쏟아낸다. 차량 절도 사건에 연루되고, 클럽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게 잡히고, 갑자기 범죄 조직에 납치까지 당한다. 한국인 악당과 태국 경찰의 총격전까지 벌어진다. 남 감독은 "배우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했지만, 정작 화면에서는 아이디어들이 서로 충돌하며 방향을 잃는 모습만 보인다.

<퍼스트 라이드>가 가장 답답한 지점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낡은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이다. 전반부엔 웃기다가, 후반부 30분 정도를 남기고 갑자기 눈물 쥐어짜기. 이 익숙한 패턴은 한국 코미디의 표준 레시피라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영화는 고등학생 시절의 유쾌한 에피소드로 관객을 웃기다가, 후반부에 '도진'의 정신질환과 '연민'에게 얽힌 비밀을 풀어놓으며 갑자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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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모션이 등장하고,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이 깔리며, "우리 우정 소중해"라는 메시지를 강요한다. 마치 코미디 영화가 진지해지지 않으면 가벼운 영화로 취급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웃기는 장면과 우는 장면을 명확히 구분하고, 관객에게 "지금은 웃을 시간", "지금은 울 시간"이라고 신호를 보낸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보다는 장르적 의무감이 먼저 느껴진다.

결국 <퍼스트 라이드>는 좋은 의도와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엮어내는 데 실패했다. 차은우의 얼굴, 강하늘의 능청, 한선화의 사랑스러움. 개별 요소들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담으려다 배낭이 터져버린 여행처럼, 영화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중심을 잃었다. 웃음을 작정하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정작 도착지에서는 무엇을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만 남을 뿐이다. ★★☆

2025/10/29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퍼스트 라이드> (The First Ride, 2025)
- 개봉일 : 2025. 10. 29.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16분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남대중
- 출연 : 강하늘, 김영광, 차은우, 강영석, 한선화 등
- 화면비율 : 2.3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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