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개반이상만 #40] <로데오>
<로데오>는 롤라 키보론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75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 인기상을 받은 작품인데요. 모터사이클을 타고 질주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권태로운 현실과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자유를 그린 이 영화는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있지만, 그보다는 프랑스 예술영화의 섬세한 인간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다혈질에 독립심 강한 성격의 '줄리아'(줄리 레드루)는 반복되는 일상과 먹고살기 바쁜 현실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죠. 특별한 꿈이나 미래 계획도 없이 살아가던 '줄리아'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모터사이클입니다. 속도감을 느끼며 거리를 질주할 때만 '줄리아'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며 진정한 해방감을 얻죠. 오토바이를 훔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갈증을 채우던 '줄리아'는 우연히 도시 변두리의 불법 모터사이클 집회 '로데오'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남성들이 지배하는 '로데오' 세계에서 외톨이였던 '줄리아'는 한 패거리와 엮이게 되고, 감옥에 수감된 두목 '도미노'(세바스찬 슈뢰더)의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죠. 패거리에 속하고 계속해서 스릴 넘치는 모터사이클 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줄리아'는 점점 더 위험한 임무에 가담하는데요. 하지만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줄리아'는 남성 중심 집단 내에서 점차 적들을 만들게 되고, 패거리 내 갈등 속에서, 생존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로데오>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의 균형감이죠. 모터사이클 액션 장면은 분명 스릴감이 있지만, <분노의 질주>와 같은 화려한 블록버스터 액션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신 현실적이고 생생한 질주의 순간들과 캐릭터들의 일상과 내면을 다루는 장면이 교차하며 영화에 깊이를 더하죠. 이 대비는 마치 '줄리아'가 바이크를 타고 질주할 때와 현실로 돌아올 때의 감정 상태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줄리아'는 흥미로운 캐릭터죠. '줄리아'의 행동 패턴은 '스릴 추구' 성향이 매우 강한 인물의 전형을 보여주는데요. 심리학자 마빈 주커만이 정의한 이 성향은 다양하고 새롭고 강렬한 경험을 추구하며, 그러한 경험을 위해 신체적, 사회적, 법적,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줄리아'에게 모터사이클은 평범한 이동 수단이 아닌,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극대화하는 심리적 출구인 셈이죠.
그리고 '줄리아'는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 불안정 애착 유형을 보이죠. 가족과의 단절된 관계, 소속감에 대한 갈망과 동시에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은 어린 시절 형성된 불안정한 애착 패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줄리아'가 패거리에 속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동시에 자신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모순된 행동은 이러한 심리적 배경을 반영하죠.
<줄리아>는 롤라 키보론 감독이 실제 바이크 커뮤니티에서 만난 '희귀한' 여성 바이커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줄리아'를 맡은 줄리 레드루는 감독이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실제 바이커로,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날것 그대로의 연기는 '줄리아'의 거침없는 캐릭터와 완벽하게 일치하죠.
영화의 모터사이클 장면들은 <007 스펙터>(2014년), <제이슨 본>(2016년)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활약한 마튀 라도가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렇게 칸영화제가 선택한 <분노의 질주>는 명쾌한 해결책이나 안전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죠. 이는 '줄리아'가 선택한 저항의 방식이 가진 한계와 그 저항이 어떻게 막을 내리는지에 대한 감독의 솔직한 시선으로 보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묘사와 동시에 5%의 환각적 요소는 영화에 신비로운 층위를 더하죠.
결국, <로데오>는 삶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치열한 생존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그렸습니다. '줄리아'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할 때만큼은 완전한 자유를 경험하지만, 그 자유는 찰나에 불과하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타이어가 남긴 자국처럼 날것 그대로의 흔적을 영혼에 새기는 영화, 그것이 <로데오>가 우리에게 남기는 감정입니다. ★★★☆
2023/04/28 CGV 전주고사
-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 영화 리뷰
- 제목 : <로데오> (Rodeo, 2022)
- 개봉일 : 2025. 05. 21.
- 제작국 : 프랑스
- 러닝타임 : 106분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롤라 퀴보롱
- 출연 : 줄리 레드루, 야니스 라프키, 안토니아 부레시, 코디 슈뢰더, 루이스 소톤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