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귀환, 마술은 어디로 갔나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25] <나우 유 씨 미 3>

by 양미르 에디터
4825_5027_843.jpg 사진 = 영화 '나우 유 씨 미 3'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바이포엠스튜디오

2013년 첫 등장 이후 전 세계에서 약 1조 원에 가까운 흥행을 올린 <나우 유 씨 미> 시리즈가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마술 트릭과 통쾌한 권선징악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포 호스맨'의 귀환이다. 하지만 그 오랜 공백 동안 이들이 준비한 건 새로운 마술이 아니라 세대교체였다. 문제는 이 교체 작업이 프랜차이즈의 확장이 아닌 희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부시윅의 한 창고에서 '포 호스맨'의 컴백 공연으로 시작한다.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 '맥키니'(우디 해럴슨), '잭'(데이브 프랭코), '헨리'(아일라 피셔)가 무대에 오르고 관객은 열광한다. 하지만 이내 반전이 드러난다. 무대 위의 '포 호스맨'은 홀로그램이었고, 이 쇼를 기획한 건 세 명의 신예 마술사 '찰리'(저스티스 스미스), '보스코'(도미닉 세사), '준'(아리아나 그랜블랫)이었다. 이 오프닝은 영화의 야심을 보여준다. 오리지널 4인방과 신예 3인방, 총 7명(그리고 깜짝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합치면 8명 이상)의 마술사를 한 화면에 담아내겠다는 것. 하지만 이 야심은 곧 영화의 큰 약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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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유 씨 미 3>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 분배의 실패다. 8명에 달하는 주요 인물을 112분 안에 소화하려다 보니 누구도 제대로 빛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건 역할 분배 방식이다. 신예 마술사들은 마술의 '설계자'가 되고, 오리지널 '포 호스맨'은 그저 그 설계를 실행하는 '얼굴'로 축소된다. 오프닝의 홀로그램 마술은 신예들의 작품이다. 중반부 다이아몬드 경매장 침투 계획도 신예들이 짠다. 오리지널 멤버들은 현장에서 카드를 던지고, 최면을 걸고, 손재주를 부리지만, 전체 그림을 그리는 건 신예들이다. 이 구조는 양쪽 모두를 밋밋하게 만든다.

오리지널 멤버들은 전작에서 빛났던 마술적 티키타카를 잃었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아틀라스'는 여전히 날카롭지만, 그의 간교함은 신예들을 질책하는 데 쓰인다. 우디 해럴슨의 '맥키니'는 'MZ 단어'를 오용하며 세대 갈등 개그를 떠안는다. '잭'과 '헨리'는 각자의 특기를 몇 번씩 시연하지만, 그들이 왜 이 미션에 필요한지는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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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신예들은 설정은 있되 구현이 없다. '찰리'는 마술 역사 덕후지만 그 지식이 극적으로 활용되는 순간은 거의 없다. '준'은 파쿠르 전문가지만 그저 담을 넘고 창문을 통과하는 데 그친다. '보스코'는 '아틀라스'의 젊은 버전처럼 보이지만 도미닉 세사는 그 역할에 아직 완전히 스며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오리지널은 본래의 매력을 상실하고, 신예들은 매력을 구축할 시간을 얻지 못한다. 프랜차이즈 확장을 위한 '젊은 피 수혈'은 정작 시리즈의 정체성과 생명력을 빼앗아 갔다.

<나우 유 씨 미> 시리즈의 핵심은 "저걸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 머릿속에 심는 것이었다. 1편의 원격 은행털이, 2편(2016년)의 카드 릴레이 시퀀스는 그 질문을 충분히 자극했다. 하지만 3편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시그니처 마술이 없다. 마술이 더 이상 마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카드가 칼날처럼 공중을 가르고, 사람이 홀로그램으로 순간 이동하며, 최면이 달리는 경비원을 180도 방향 전환한다. 이들은 마술사라기보다 '마블 슈퍼히어로'에 가깝다. 무대 마술의 물리적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건 경이가 아니라 CGI의 공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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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플레셔 감독은 이를 인지했는지 프랑스 고성의 '트릭 하우스' 시퀀스에서는 실제 세트를 대거 활용했다. 위아래가 뒤집힌 방, 원근법을 왜곡한 공간, 거울 미로 등은 분명 볼거리다. 마술사들이 각자의 기술을 뽐내는 원테이크 장면도 제작진의 노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은 단편적 에피소드로만 소비될 뿐, 하나의 완결된 스펙터클로 승화되지 못한다. 1편의 은행털이나 2편의 카드 시퀀스가 긴 호흡으로 긴장을 쌓았다면, 3편의 마술 저택은 짧은 호흡의 장면들이 이어 붙여진 구조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아부다비 시퀀스도 'F1 레이스' 트랙과 사막 모래폭풍을 활용하긴 하지만, 기존 시리즈의 스펙터클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화를 대표할 만한 '한 방'이 없다는 건 마술 영화로서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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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우 유 씨 미 3>는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 시도는 현재의 영화를 희생시킨다. 신예들을 제대로 구축하려면 오리지널 멤버들의 분량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9년을 기다린 팬들이 실망한다. 반대로 오리지널에 집중하면 신예들은 들러리가 된다.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 세대 간 갈등은 도식적이다. '요즘 애들'과 '꼰대' 구도는 진지하지도, 유머러스하지도 않다. 갈등-화해-협동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펼쳐지지만, 이는 그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느껴진다.

시리즈 팬들에게 신예 마술사들은 기대했던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포 호스맨'과 대등하게 미션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적으로 '포 호스맨'의 능력이 평범하게 느껴진다. 이는 시리즈가 쌓아온 '포 호스맨'의 환상성에 균열을 일으킨다. 반대로 신규 관객에게는 이 복잡한 캐릭터 배치가 진입장벽이 된다. 누가 누군지, 왜 이들이 모였는지, 이들 사이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엔딩은 4편을 위한 씨앗을 뿌리지만, 과연 관객들이 이 세대교체를 납득하고 다시 극장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

2025/11/13 CGV 왕십리


※ 영화 리뷰
- 제목 : <나우 유 씨 미 3> (Now You See Me: Now You Don't, 2025)
- 개봉일 : 2025. 11. 12.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12분
- 장르 : 범죄, 액션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루벤 플레셔
- 출연 : 제시 아이젠버그, 우디 해럴슨, 데이브 프랭코, 아일라 피셔, 저스티스 스미스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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