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29] <위키드: 포 굿>
※ 영화 '위키드: 포 굿'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년 전 극장을 나서며 든 생각이 있었다. '엘파바'(신시아 에리보)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솟구치며 'Defying Gravity'를 부를 때, <위키드>의 속편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기보다 이 감정이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뮤지컬을 본 적 없는 관객으로서, 1편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엘파바'는 날아올랐고,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남았으며, 우정은 시험대에 올랐다. 더 무엇이 필요했을까?
거대한 들소 같은 동물들이 재갈을 물고 채찍질 당하며 노란 벽돌을 나른다.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와 그들을 해방시키려 하지만, 곧 '오즈'의 군인들과 대치한다. 그 사이 '에메랄드 시티'에서는 '글린다'가 '착한 마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마담 모리블'(양자경)이 선사한 분홍빛 버블을 타고 '오즈' 곳곳을 누비며 희망을 전파하는 일.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글린다'의 눈빛은 1막과 다르다.
'엘파바'는 숲속 깊은 곳에 은신하며 '오즈'를 떠나려는 동물들을 설득한다. "이곳이 우리의 고향이다. 떠나지 말고 싸우자"라는 메시지에 동물들의 대답은 냉정하다. "'오즈'는 더 이상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 한편 '글린다'는 '피예로' 왕자(조나단 베일리)와의 약혼을 발표하며 '오즈'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몰아간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순간, '엘파바'가 하늘에 나타나고 '오즈'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두 친구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엘파바'는 진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고, '글린다'는 평화를 위해 침묵을 택했다. 그 사이에서 '피예로'는 갈등한다. 수비대 대장으로서 '엘파바'를 쫓아야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엘파바'에게 향해 있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마리사 보데)는 '먼치킨랜드'의 영주가 되어 권력의 맛을 알았고, '보크'(에단 슬레이터)는 여전히 '글린다'를 향한 짝사랑에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캔자스에서 온 한 소녀가 토네이도와 함께 '오즈'에 도착하고, 모든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위키드: 포 굿>의 전개는 신기하다.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계속 일어나지 않는 느낌이 가득했다. '엘파바'는 숲에서 나와 뭔가를 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글린다'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에게 미소 짓지만 속으로는 무너진다. 이 패턴이 한 시간 넘게 반복된다. 그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하지만 'Popular'나 'Defying Gravity' 같은 폭발력은 없다.
존 추 감독은 "<위키드: 포 굿>은 인물들의 감정이 향하던 진정한 정점이다. 두 사람이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여정과 감정의 완결을 담기 위해 새로운 요소를 추가했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감정의 정점을 향해 가는 길이 이렇게 완만해야 했을까? 눈에 띄는 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Golden'이 수상할 가능성이 높은,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겨냥해 새로 추가된 두 곡이다. 스티븐 슈워츠가 영화를 위해 작곡한 'No Place Like Home'과 'The Girl in the Bubble'.
둘 다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발라드인데, 여기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곡들은 이야기를 앞으로 밀지 않는다. 현재 상태를 설명할 뿐이다. 'No Place Like Home'에서 '엘파바'는 자신을 거부한 '오즈'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노래한다. 신시아 에리보의 목소리는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이 노래 직후 '엘파바'는 결국 '오즈'를 떠나버린다. 그럼 이 노래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감정의 표출?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The Girl in the Bubble'도 그렇다. '글린다'가 자신을 둘러싼 거짓된 행복의 버블을 직시하는 장면이다. 거울로 가득한 방에서 아리아나 그란데가 노래하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원테이크처럼 흘러가는 카메라워크, 거울에 비친 수십 개의 '글린다'의 모습이 그러하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위키드: 포 굿>의 핵심은 두 마녀의 우정이고, 그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다. 다행히 마지막 'For Good' 듀엣에서 그 마법은 실현된다. 물론 2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하지만.
여기에 1편과 2편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색의 변화일 것이다. 1편의 '오즈'는 색의 향연이었다. 에메랄드그린, 버블검 핑크, 무지갯빛 튤립. 2편의 '오즈'는 의도적으로 어둡다. 더 무거운 이야기니까, 톤의 변화를 이해는 한다. 문제는 어두운 게 아니라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March of the Witch Hunters' 시퀀스에서 군중이 '엘파바'를 향해 몰려가는 장면의 분위기는 좋은데 '보크'의 분노한 얼굴이 잘 안 보인다. 카메라가 너무 멀리 있는 경우도 있는데, '피예로'가 변하는 결정적 장면도 그렇다. 조나단 베일리는 이 역할을 위해 많은 걸 준비했을 텐데, 정작 그 순간은 먼 거리에서 찍혀서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다.
2막은 결말의 이야기이고, <오즈의 마법사> 서사를 아는 관객이라면 결말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엘파바'는 사악한 마녀가 되고, '글린다'는 착한 마녀가 되며, '도로시'가 와서 모든 걸 바꾼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건 그 사이를 채우는 것뿐이다. 존 추 감독과 제작진은 최선을 다했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1막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이건 원작에서도 있었던 2막의 저주였고, <위키드: 포 굿>은 그 저주를 깨지 못했다. ★★★
2025/11/11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 영화 리뷰
- 제목 : <위키드: 포 굿> (Wicked: For Good, 2025)
- 개봉일 : 2025. 11. 19.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37분
- 장르 : 판타지, 뮤지컬, 모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존 추
- 출연 :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조나단 베일리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